미 “6자회담 복귀 밝혀야” 조건 내걸어…북 태도 표명이 관건
남-북, 북-일은 8일 만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모두 참석하는 도쿄 국제학술대회를 앞두고 8일 남-북, 북-일 접촉이 있었으나, 북-미 양자협의에 대한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 표명이 관건이라는 뜻을 거듭 밝혔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9일 “도쿄에 10일 도착하는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북한이 회담 복귀를 밝히지 않는 한, 북-미 공식접촉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고위관계자들도 북-미 양자협의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는 메시지를 가져오면 우리들은 물론 귀를 기울인다”며 “그 이외에 (양자간) 협의할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이날 전했다. 힐 차관보는 지난 6일 영국 <비비시(BBC)방송>과의 회견에서 “회담을 현재 보이콧하는 쪽은 북한이라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회담 복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무엇을 이야기할 생각인가”라고 반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미 접촉의 성사 여부는 북한이 회담 복귀에 동의하고, 대신 북한이 미국 쪽의 타협점 이상으로 미국에 무엇을 더 요구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소식통의 말을 따, 미국이 금융제재에 대해선 협상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6자회담 틀 안에서 위폐 문제에 관한 대화는 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쪽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8일 오후 숙소인 도쿄 아카사카호텔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1시간반 가량 만난 뒤, 기자들에게 “이 시점에서 특별히 언급할 만한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에서 천 본부장은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확실한 만큼 북한이 하루빨리 회담에 복귀해 미국 쪽이 이미 밝힌 대로 6자회담 틀 안에서 논의를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도 김 부상과 2시간 정도 만난 뒤 “일본인 납치 문제와 6자회담에 관한 양쪽의 원칙적 견해를 서로 밝혔다”고 말해, 진전이 없었음을 분명히했다. 북한은 이날 양자협의에서 2400만달러 상당의 북한 계좌에 대한 동결을 먼저 해제하라는 태도를 견지한 것으로 보인다.
9일 밤 도쿄에 도착하는 중국 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과 김 부상의 양자협의는 10일 오전으로 잡혀 있으며, 미-중 양자협의는 10일 밤이나 11일 오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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