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 참석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앞줄 오른쪽)와 정의용 외교부 장관(맨 왼쪽) 등 각국 장관들의 모습. 런던/외교부 제공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이 대중국 압박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중국이 ‘내정간섭’이라 반발하는 신장·티벳·홍콩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을 뿐 아니라, ‘핵심이익’이자 ‘넘지 말아야 할 선’(레드라인)으로 규정한 대만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주요 7개국은 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막을 내린 외교·발전 장관 회담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현안을 망라한 공동성명은 전문을 포함해 모두 87개항목에 걸쳐 1만2355 단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인도-태평양(11~12번) △중국(13~18번) △동·남중국해(25번) 문제를 다룬 9개 항목이 중국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졌다.
공동성명은 전문에서 이번 회의에 참석한 유럽연합의 외교 수장 격인 조제프 보렐 외교·안보 담당 고위대표도 성명의 주체로 못박았다. 주요 7개국과 유럽연합이 공동으로 대중국 압박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 두 가지 측면이 눈에 띤다. 첫째, 성명은 동·남중국해 주변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새삼 거론했다. 특히 중국을 겨냥해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지역 안정과 규칙에 기반 한 국제질서를 해칠 수 있는 일방적 행동에 강력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성명은 “국제사회의 현안과 관련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국제기구의 포용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세계보건기구(WHO) 활동과 세계보건총회(WHA)에 대한 대만의 ‘의미있는 참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 차원에서 대만의 세계보건총회 참여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 회원국이 아닌 대만은 발언권만 있고 의결권은 없는 옵서버 자격으로 총회 참석이 가능하다. 앞서 지난해 5월과 11월 두차례로 나눠 진행된 제73차 세계보건총회 당시에도 주요 7개국 가운데 이탈리아를 제외한 6개국이 대만의 참여를 지지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무위에 그쳤다. 오는 5월24일~6월1일 제74차 세계보건총회가 화상으로 열릴 예정이어서, 대만 참여 문제를 두고 중국과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성명은 신장위구르(웨이우얼)와 티벳(시짱)의 인권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대규모 구금시설 운영과 강제노역·강제불임 의혹 등과 관련해 우려를 표시한 뒤, 중국에 “인권과 기본적 자유권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또 선거제도 개편을 통한 홍콩의 민주적 가치 훼손 문제도 되짚었다.
주요 7개국의 대중국 압박에 유럽연합이 동참하는 모양새는 갖췄지만, 강한 어조에 견줘 대처방안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 등이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 ‘수위 조절’을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가디언>은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을 비난했지만, 이에 대한 대응조처는 개별 국가의 결정에 맡긴 모양새”라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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