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미국을 찾았던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22일(현지시각) ‘지구의 날’을 맞아 주요 40개국 정상이 화상으로 기후정상회의를 연 가운데, 이전 세대가 초래한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인 미래 세대의 환경운동가들은 더욱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촉구하며 정책결정권자를 향한 절박한 호소와 호통을 이어갔다.
멕시코 출신 환경운동가인 시예 바스티다(18)는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소개를 받으며 기후정상회의에 등장해 “화석연료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스티다는 멕시코 원주민인 오토미족으로, 11살 때 극심한 가뭄을 피해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소속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리더다.
바스티다는 지구 온난화 해결책은 “기후 정의가 사회 정의라는 사실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전세계가 신재생 에너지로 즉각 전환하고 (중략)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및 기반 시설 구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은 우리가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이라고 말하고 또 말하지만, 포부도 없고 대담하지도 않은 해결책을 가진 채 비현실적·비합리적인 이들은 누구냐”며 정상들이 이날 논의한 수준 이상으로 2030년까지 과감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부국들이 식량·물 부족, 가혹한 날씨 등 온난화 결과로 고향에서 밀려난 ‘기후 이민자’를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레타 툰베리는 이날 미 하원 환경소위원회가 ‘기후변화 대응에서 화석연료 보조금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청문회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툰베리는 저리 대출 등 각국의 화석연료 보조금 제도는 “우리가 기후 위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질타했다. 이어 의원들을 향해 “당신들과 같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모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라며 “지금 당장은 모면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곧 당신들이 지금 한 일에 대해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청소년기후행동도 23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기후정상회의 연설을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기후 대응을 위해 어떤 의지도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떳떳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며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7억톤) 대비 70% 이상 감축 설정” 등 주장을 담은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최현준 최우리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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