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2월21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뉴어크에 있는 크리스티아나케어 병원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뉴어크/AFP 연합뉴스
미국이 전세계 코로나19 백신의 27%를 생산하면서도 국외 수출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백신 생산량의 33%를 차지하는 중국은 62%를 수출했다. 미국이 중국에 견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지만, 미국 내에서도 비윤리적이며 외교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2일(현지시각)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전세계 주요 백신 생산국의 생산량과 수출 현황 등을 전하며, 미국에서 생산된 백신의 외부 유출이 유독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의 코로나19 백신 1억3610만 회분을 생산해, 전세계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의 27%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국외로 수출된 것은 전혀 없었다.
반면, 중국, 유럽연합, 인도 등은 백신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국외에 수출했다. 시노백, 시노팜, 칸시노 등 1억6940만회분의 백신을 생산한 중국은 전세계 생산량의 33%를 차지해 1위 생산국이었고, 이 가운데 62%를 외국에 수출했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9620만회분을 생산하는 유럽연합은 화이자 백신 생산량의 48%를 국외 수출했다. 6800만회분을 생산한 인도는 물량의 65%를 수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2990만명으로 전세계 확진자의 4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국의 현실이 반영됐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민 우선 접종 방침을 정하고, 사실상 수출 금지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국방물자생산법 등을 동원해 백신 확보에 힘을 쏟았고, 인구 수를 뛰어넘는 5억명 분량의 백신을 확보하기도 했다.
바이든 인수위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일원이었던 지크 이매뉴얼 펜실베이니아대 부학장은 “우리(미국)는 곧 공급 과잉을 맡게 될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백신을 팔고 있는데, 우리는 1억회분의 백신 여분을 쌓아놓는 것은 비윤리적이고 외교전략적으로 실수”라고 말했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미국이 백신 개발 초기에 투자를 했기 때문에 우선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이런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내부 반대가 거의 없다는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백신에 대한 자국 우선주의가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과 영국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놓고 상호 수출 제한에 나서는 등 극심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백신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은 24일 정상회의를 열어, 역내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영국 수출 금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1일 유럽연합 핵심 국가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해 이 백신의 수출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
이런 갈등은 영국계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1월 영국 내 생산은 유지하면서, 유럽연합 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을 이유로 유럽연합 공급분에 차질을 빚은 것이 계기가 됐다. 실제 유럽연합은 이 제약사로부터 1분기 약속받은 백신의 절반 정도밖에 공급받지 못한 상태이며, 그 배후에 영국 정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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