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히말라야산맥 자락 국경지대에서 유혈충돌까지 벌였던 중국과 인도가 이 지역에 배치했던 군 병력을 철수했다. 첨예했던 갈등이 일부 누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 인도의 군당국이 21일 공동성명을 내어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의 판공호수 일대 최전선에 배치됐던 양국 군의 전면적인 철수가 매끄럽게 마감됐다”고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이 22일 보도했다. 양국 군당국은 “이번 철수는 실질통제선(LAC) 일대의 긴장과 갈등을 풀기 위한 향후 협상에 좋은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은 “국경 일대 나머지 지역에선 여전히 긴장된 상황에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화와 소통을 지속하고 현장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해, 국경 일대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철수 이전까지 양국 군은 해발 4200㎞에 자리한 길이 134㎞, 너비 5㎞의 거대한 염호인 판공호수 일대 남쪽과 북쪽에 각각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배치하고 대치해왔다.
앞서 중국-인도 군당국은 9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 11일 판공호수 일대에서 동시에 병력을 철수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힌두스탄 타임스> 등은 “양국 군당국은 20일 오전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16시간 동안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판공호수 철수 이후 추가 긴장완화 조치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군당국은 성명에서 “향후 ‘지속적이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라다크 동부 실질통제선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낮춰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인도는 1962년 국경 분쟁으로 한달여 전쟁까지 치렀음에도 3488㎞에 이르는 광대한 국경지역의 국경선을 획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중국 쪽 악사이친과 인도 쪽 라다크에서 자국군이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지역(실질통제선)을 사실상 국경으로 여기고 순찰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국경지대 일대에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이에 맞서 인도도 도로와 비행장 등을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초부터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6월엔 라다크 지역 갈완계곡 부근에서 몽둥이와 쇠막대기 등으로 무장한 양국군 수백명이 유혈충돌을 벌여, 1975년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후 양국군은 전투기와 탱크를 비롯해 각종 중화기를 집중 배치하는 등 위기감을 더욱 키웠다. 이에 따라 실질통제선을 중심으로 장기간에 걸쳐 국경지대의 긴장 고조를 막아온 양국 간 ‘암묵적 합의’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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