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 AP 연합뉴스
스위스 정부가 ‘고령층 면역 효과’ 논란이 일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공동개발 코로나19 백신의 사용 승인을 보류했다. 벨기에 정부는 이 백신의 접종 연령을 55살 이하로까지 제한하는 등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의구심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 의약품 규제 당국인 ‘스위스메딕’은 3일(현지시각) “지금까지 나온 자료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승인 보류를 발표했다. 스위스메딕은 “최종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 진행 중인 임상 3상의 추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말 나올 예정인 북아메리카 등의 임상시험 자료를 보고 승인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스위스는 유럽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승인 자체를 내주지 않은 나라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다만, 스위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니다. 스위스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백신은 승인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고령층을 포함한 18살 이상 모든 연령층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회원국 중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자료 부족을 이유로 고령층 접종은 제한하는 나라가 속출하고 있다.
벨기에 정부는 2일 정부 보건 자문기구의 조언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자료 부족을 이유로 당분간 55살 이하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프랑크 판덴브루커 벨기에 보건장관은 “보건 자문기구가 아스트라제네카는 18~55살까지 대상으로는 매우 좋은 백신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 효과가 좋을지는 확신할 수 없으니, 55살 이하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18살 이상은 모두 접종할 수 있지만 55살 이상은 접종을 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폴란드 정부는 2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60살 이하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경우, 지난달 말 18~64살 사이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권고했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스웨덴도 같은 방침이다.
한편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허가 심사를 위한 두번째 관문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애초 식약처는 이날 오후 5시에 그 결과를 브리핑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회의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면서 5일로 결과 발표를 미뤘다. 고령층 접종 가능 여부 등의 쟁점을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조기원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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