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 브이(V)’.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브이(V)’의 임상 3상 면역 효과가 91.6%로 나왔다는 발표가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실렸다.
스푸트니크 브이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2일 “스푸트니크 브이 임상 3상 잠정 결과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의학잡지 중 하나인 랜싯에 실렸다”며 “높은 안전성과 면역 효과가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감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브이’를 임상 3상도 하지 않은 상태로 이례적으로 승인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전문가 평가 뒤 결과가 게재되는 형태의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에 스푸트니크 브이 임상 3상 내용이 실린 데 특히 고무된 분위기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에 따르면, 3상 시험은 1만9866명을 대상으로 21일 간격으로 2차례 접종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1만9866명 중 1만4964명은 스푸트니크 브이를 접종하고 4902명은 가짜 약(플라세보)을 맞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는 78명이었는데, 이중 스푸트니크 브이를 접종한 이는 16명이었고 가짜 약을 맞은 이는 62명이었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는 60살 이상 2144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도 면역 효과가 91.8%로 나와, 통계적으로 18~60살 그룹에서 나온 효과와 차이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다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고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말레야 센터 소장 알렉산드르 긴츠부르크는 “스푸트니크 브이 임상 3상 결과가 국제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 (학술지에) 간행된 점은 감염병에 대한 국제적 싸움의 큰 성과”라고 말했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는 스푸트니크 브이가 가격과 보관 용이성에도 강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스푸트니크 브이는 2~8도 상태에서 보관할 수 있으며, 접종 가격은 한 회당 10달러(1인당 20달러) 이하라고 밝혔다. 냉동고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백신보다는 운송이 쉽고 가격도 싸다. 회당 4달러 수준으로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비교하면 보관 온도는 같고 가격은 더 비싸다.
백신 공급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는 일부 회원국들이 러시아에서 백신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유럽연합 회원국 중 헝가리는 스푸트니크 브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러시아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의 지난주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 46%가 백신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했는데, 미국(63%), 독일(67%), 영국(86%)보다 크게 낮았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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