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국적 선박이 이날 걸프 해역에서 촬영된 모습. 걸프만/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이 20% 우라늄 농축을 재개한 날,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국적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4일(현지시각) 공식 매체 <세파> 뉴스를 통해 “오늘 아침 걸프 해역에서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를 나포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해당 선박이 해양환경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한 데 따른 조처”라며 “이번 사건은 사법 당국이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포된 선원은 한국·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국적이며, 한국케미호는 (이란 남부 항구 도시인) 반다르아바스에 억류됐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억류된) 선원 총 20명 중 우리 국민 5명이 승선했다”며 “외교부와 주이란대사관은 선원 안전을 확인하고 선박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 중”이라고 확인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를 즉각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으로 출동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외신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로 향하던 한국 국적 유조선이 이란 영해에 진입했다가 나포된 것 같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와 관련해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가 (한국) 상선 한척과 이란 당국 사이의 “상호작용”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해당 상선이 북쪽으로 항로를 변경해 이란 영해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미국 해군 제5함대 대변인인 리베카 리바릭 중령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린트래픽 사이트에 보이는 반다르아바스 위치.
공교롭게도 한국 선박의 나포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 미국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란이 20%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가디언>이 두 사건을 묶어 전하고,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과 이란의 수출입 대금 결제 통로인 원화결제 거래가 중단된 사실을 언급하는 등 외신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두 사건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전날인 1월3일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정예군) 사령관 등 7명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1주기이기도 하다.
이란 정부 대변인 알리 라비에이는 4일 반관영 <메르> 통신에 “몇분 전 포르도 농축시설에서 20% 농도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최근 의회를 통과한 법에 따라 포르도 농축시설에서 최대 20% 농도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란은 20% 수준의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으나, 2015년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면서 향후 15년간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합의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합의를 탈퇴한 뒤 일방적으로 대이란 제재를 재개했고, 이란은 우라늄 농축 수준을 4.5%까지 높였다. 이어 지난해 11월 ‘이란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핵 물리학자 모흐센 파흐리자데가 이스라엘의 표적 공격으로 암살됐다. 그 직후 이란 의회는 20% 수준의 우라늄 농축을 재개하고 나탄즈와 포르도의 핵 시설에 새 원심분리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전정윤 김지은 박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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