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17일(현지시각)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싼 교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지만, 합의 이후 또 공격이 발생했다. 한 여성이 17일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아르메니아대사관 앞에 이번 분쟁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사진과 꽃을 놓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17일 영토 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싼 교전을 중단하기로 두번째 합의했지만, 합의 이후에도 공격이 발생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지배하고 있는 ‘아르차흐공화국’을 대신해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과 18일 0시부터 ‘인도주의적 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7일 보도했다. 두 나라 외무부는 같은 내용의 성명을 각각 발표했고, 아르차흐공화국도 휴전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휴전 합의는 이 지역의 분쟁 해결을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구성한 민스크그룹의 휴전 촉구와 민스크그룹 공동의장국인 러시아의 중재로 이뤄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외무장관과 통화한 뒤 지난 10일의 휴전안 준수를 강하게 촉구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아제르바이잔대사관 문 앞에도 17일 희생자들을 기리는 꽃과 인형이 놓였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하지만 아르메니아 국방부 대변인은 휴전 발효 직후 아제르바이잔이 대포와 미사일을 또 발사했다고 주장했고, 아제르바이잔 쪽은 합의를 깬 것은 아르메니아라고 반박했다고 영국 방송 <비비시>(BBC)가 18일 보도했다. 자칫 지난 10일에 이어 다시 서로 휴전 합의를 깼다고 비난하며 교전을 이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르차흐공화국과 아제르바이잔은 지난달 27일부터 지금까지 3주 이상 교전을 벌였다. 이번 교전은 1994년 두 쪽이 휴전한 이후 가장 큰 충돌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지금까지 66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27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인 피해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아르차흐공화국은 군인 633명과 민간인 36명이 숨지는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기독교를 믿는 아르메니아계가 다수인 아르차흐공화국은 아르메니아를 뺀 세계 어느 나라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 이슬람교 국가인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받고 있다. 이 지역을 둘러싼 갈등은 소련 체제 아래서는 비교적 잠잠했으나, 소련 해체 이후 격화하기 시작했다. 1991년 말 이 지역의 아르메니아계가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분리를 추진하면서 전쟁이 벌어졌고 1994년 5월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아르메니아계가 지배하는 걸 주요 내용으로 한 휴전협정이 맺어졌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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