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각) 국무부 청사에서 연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과 시진핑 주석을 공격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막말을 쏟아낸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을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부르는 등 미국 정부의 중국 공격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이들의 발언은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양회 직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도발로 비친다. 미국 상원도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에 제동을 거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행정부를 거들고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각) 국무부 청사에서 한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은 1949년 이래 악랄한 독재정권에 의해 통치돼왔다”며 “우리는 지난 몇십년 동안 무역이나 과학 교류, 외교 등을 통해 중국이 우리와 비슷해지기를 기대했으나 이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고 중국을 몰아세웠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또라이’ ‘얼간이’ 같은 막말까지 동원해 중국을 공격한 직후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세계보건기구(WHO) 화상총회에서 2년간 20억달러의 국제원조를 약속한 데 대해 중국이 코로나19로 전세계에 끼친 피해에 비하면 보잘것없다고 시 주석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투명하게 행동했다는 시 주석의 주장에 대해 “투명성을 보여주려면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이 원하는 걸 무엇이든 질문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을 거론하며 “이런 탄압은 홍콩이 중국 본토로부터 높은 자치권을 누린다고 평가하는 걸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제정된 홍콩인권민주주의법은 국무장관이 홍콩 자치 상황을 평가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달 말로 예정된 보고에서 부정적 평가가 나오면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무역·투자 관련 특혜가 철회될 수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오전 미국이 홍콩 행정부를 협박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의 행태는 뻔뻔한 내정간섭이라고 공격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 뒤 백악관은 중국의 경제정책, 군사력 강화, 인권 문제 등을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는 20쪽짜리 보고서를 내놓으며 거들었다.
이날 미국 상원도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막을 수 있는 ‘외국기업책임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존 케네디 공화당 의원이 크리스 밴홀런 민주당 의원과 공동 발의한 이 법은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감사를 3년 동안 통과하지 못한 외국 기업은 미국 증시에 상장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상장기업은 외국 정부가 소유권과 통제권을 갖고 있는지 공개하도록 했다. 이 법이 시행되려면 하원을 통과해야 하지만, 민주·공화 양당 중진이 초당적으로 발의한 법안이어서 하원 통과 가능성이 높다.
신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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