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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다변화’ 성공할까

등록 2020-05-12 18:15수정 2020-05-13 02:33

새로운 공급업체 확보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 소요
안보 차원에서 강조하는 첨단 기술 제품은 훨씬 더 복잡해
보조금 주며 구축해도, 세계적 유행병 앞에선 역시 취약
미국 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협력사로 지목한 대만반도체(TSMC)의 대만 신주시 본사에 전시된 이 회사 로고. 신주/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협력사로 지목한 대만반도체(TSMC)의 대만 신주시 본사에 전시된 이 회사 로고. 신주/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미국 정부가 첨단기술 제품의 중국 의존도 낮추기를 서두르고 있지만, ‘탈중국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에 중국 등 국외 공장을 미국으로 복귀시키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런 주장은 경제뿐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실행하는 데는 만만치 않은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스>가 11일 지적했다.

신문은 “정책 결정권자들이 주장하는 ‘충격을 버텨낼 공급망 체계’에 반대할 이는 아무도 없다”며 문제는 이런 체계를 어떻게 갖추느냐라고 지적했다. 흔히 제기되는 대안은 특정 나라, 특히 중국에 모두 의존하지 말고 여러 나라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것이다. 하지만 다변화된 공급망 구축은 막대한 비용 증가를 부른다고 신문은 전했다.

자동차업계에 부품을 공급하는 영국 기업 유니파트의 존 닐 최고경영자는 새 부품 공급처를 찾는 건 ‘이베이에서 물건을 검색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업체에 납품할 연료탱크 공급 업체를 새로 발굴해 규격을 확정하고 품질을 확인하는 데까지 짧으면 몇달, 길면 몇년도 걸린다고 닐 최고경영자는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부쩍 거론하는 첨단기술 제품의 공급망 다변화는 훨씬 어렵다. 막대한 투자비가 들 뿐 아니라 극소수 기업만 개발·생산 능력을 갖춘 ‘기술적 독점’ 체제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미국 정부가 반도체업체 인텔, 대만반도체(TSMC) 등과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위탁생산 시설(파운드리)을 건설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생산을 동아시아에 의존해서는 안보가 위협받으니 ‘반도체 자급자족’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텍사스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시설 확장을 도울 용의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이 자급자족을 주장하면서도 미국 업체인 인텔뿐 아니라 삼성전자나 대만반도체와도 협력을 모색하는 것은 세 업체 외에는 누구도 첨단 반도체를 대량생산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칼자루는 업체들이 쥔 셈이며, 미국 정부가 뜻을 이루려면 막대한 보조금을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반도체가 “미국을 포함해 모든 적절한 생산 지역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기술적 어려움도 극복 과제다. 애플은 2015년 내놓은 아이폰6S에 삼성전자와 대만반도체가 각각 생산한 두가지 중앙처리장치 칩(A9)을 썼는데, 두 제품은 정밀도와 크기가 서로 다르고 전력 소모량 등 성능도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차이에 따른 품질 관리와 제조의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변화를 시도하는 건 비용에 민감한 기업들로선 달가운 일이 아니다.

미국 정부가 어렵사리 기업들을 설득해도, 탈중국 다변화 전략이 미국의 안보를 약속한다는 보장도 없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코로나19처럼 세계적 유행병이 다시 돌면, 전세계 공장이 모두 멈춰서면서 공급망이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전체를 자급자족하지 않는 한 이번과 다를 게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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