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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 한국에 방위비 13억 달러 요구

등록 2020-05-07 23:25수정 2020-05-08 12:01

약 50% 올린 약 1조5910원 제안
내퍼 부차관보 “한국도 유연성 보이길”
한국 정부 ‘13% 인상’과 큰 차이
정부 당국자 “현실성 없기는 마찬가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이정숙 활동가가 6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이정숙 활동가가 6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에서 한국에 13억 달러(약 1조5910억원)를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약 50% 인상된 규모다. 이는 한국 정부가 제시한 13% 인상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이대로 합의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7일(현지시각) 한국 언론의 질의에 “한국 정부에 13억 달러 수준의 분담을 요구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한-미가 제10차 협정에서 합의한 1조389억원에서 약 50% 오른 수준이다.

미국이 제시한 이같은 금액은 지난 3월 말 한-미 방위비 협상대표단이 마련한 잠정 합의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뒤 미국 쪽이 다시 조정해 내놓은 제안으로 보인다. 양쪽 대표단은 지난해 대비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13% 인상이면 약 1350억원을 올려 총액은 약 1조1740억원이다. 미국이 제안하는 금액은 이보다 약 4170억원 더 많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5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화상 세미나에서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지금까지 매우 유연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한국 쪽에서도 일정한 유연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지도자들이 최근 얘기를 나눴고, 우리는 앉아서 협상할 방법을 계속찾을 것”이라며 “우리는 항상 공개적으로 협상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협상의 구체적 상황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미 고위 당국자가 ‘13억 달러’라는 액수를 언론에 언급하고 나선 것은, 한국의 여론을 환시시키며 협상의 모멘텀을 마련해보려는 의도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미국은 애초 50억 달러를 요구했는데, 최근 13억 달러까지 낮춘 만큼 한국도 더 전향적으로 나와달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미국의 제안을 한국이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정부는 기존의 ‘13% 인상안이 최선’이라는 방침이 확고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미국이 말하는 금액은 도달할 수 없는 거리에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현실성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양쪽이 거리를 좁히려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지난 연말로 제11차 협상 시한을 넘겼으며, 지난 4월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 일부가 이 여파로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노지원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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