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에서 노동자들이 1일 마스크를 쓴 채 노동절 맞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세계 노동자들은 올해 어느때보다 우울한 노동절을 맞았다. 아테네/로이터 연합뉴스
전세계 노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울한’ 노동절을 맞았다.
올해로 130주년을 맞는 5월1일 노동절은 전세계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행사와 시위를 벌이는 날이지만, 올해는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온라인 행사로 대체하거나 간단한 기념식만 치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1일 보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어느 때보다 많은 것 또한 노동절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3대 노동단체가 연합한 ‘인도네시아 노동자총회’(MPBI)는 이날 가두시위 대신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집에서 시위’(#demodarirumah)라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노동 현안인 노동법 등 80여개 법률 일괄 수정 반대 운동을 온라인에서 벌였다.
봉쇄 조처가 지속되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노동자들은 온라인 또는 집 발코니에서 노동절을 기념하는 것으로 행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그리스에서는 정부가 노동절 거리 행사를 1주일 이상 늦춰달라고 노조단체에 요구했으나, 그리스노동자일반연합(GSEE)은 이날부터 총파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포르투갈노동자일반연합(CGTP)은 전통적으로 노동절 거리 행진이 끝나는 광장에서 노조 지도자들만 모여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노조연합은 참가자들이 4미터의 거리를 유지한 채 깃발과 손 팻말을 들고 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절 집회 뒤 대규모 나들이 행사를 벌이는 풍습이 있는 핀란드도 올해는 일부 사람들만 광장에 모여 술잔치를 벌였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과 노동자들이 정부의 집회 금지 지침을 무시하고 거리 집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노조 단체 등은 이날 저녁 자신의 집 근처 거리에 모여 구호를 외치는 등 게릴라식 시위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정부가 시위에 대비해 3000여명의 경찰을 거리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터키에서도 정부의 통행 제한을 무시하고 거리 행진을 벌이려는 노동자들과 경찰이 충돌을 빚었다.
노동절은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더욱 부각시켜준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지적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노동자 10명 가운데 한명꼴로 일자리를 잃었으며, 특히 의류업계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장 크다고 통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에서만 200만명 이상의 의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캄보디아의 실직 노동자도 10만명에 이른다. 방글라데시에서는 400만명에 이르는 의류 노동자들이 3월말부터 한달 이상 실직했다가 최근 공장 가동에 따라 서서히 복귀하고 있다.
신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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