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 언론 브리핑을 22분만에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퇴장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 방법으로 ‘살균제 인체 주입’을 언급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언론과의 다툼, 부정확한 정보 제공, 업적 홍보용으로 흐르며 무용론이 제기돼온 트럼프의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이 이번 일로 결정타를 맞았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말부터 거의 매일 1~2시간씩 해온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언론 브리핑을 25일(현지시각) 열지 않았다. 그는 대신 트위터에 언론을 탓하면서 브리핑이 시간낭비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구닥다리 언론이 적대적 질문만 하고 진실이나 사실의 정확한 보도는 거부하는데 백악관 기자회견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적었다. 이어 “그들은 기록적인 시청률을 올리지만 미국인들은 가짜뉴스만 얻는다.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없다!”고 했다.
이는 이틀 전 ‘살균제’ 발언의 후폭풍 속에서 나왔다. 트럼프는 지난 23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표백제와 살균제가 바이러스를 빨리 죽였다는 당국자의 발표를 이어받아 “(살균제를) 몸 안에 주입하는 것 같은 방법은 없을까? 그게 폐에 들어가서 엄청난 일을 하는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바이러스가 열에 약하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하며 ‘자외선 노출’도 코로나19 치료법으로 검토해보라고 했다.
이 발언에 전세계가 경악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안 된다고 트위터로 즉시 알렸고, 살균제 라이솔 제조업체인 레킷벤키저는 24일 살균제를 인체에 주입하지 말라는 경고 성명을 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24일 <엔피아르>(NPR)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돌팔이 약장수(quack medicine salesman)”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이에 24일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그 발언은 당신 같은 기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비꼬는 투로 질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고는 그날 오후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은 질문을 받지 않은 채 22분 만에 끝내고 퇴장해버렸다.
트럼프가 브리핑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날이 조금 따뜻해지면 바이러스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게임 체인저”라고 추어올려왔는데, 미 식품의약국(FDA)은 24일 두 가지 약물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이 두 약물을 처음 언급한 지난달 19일, 처방 건수가 평일 평균치의 46배에 이르렀다는 의료정보 업체의 분석이 25일 나오기도 했다.
살균제 발언을 계기로 ‘트럼프 쇼’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자 참모들은 트럼프에게 브리핑 참석을 줄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가 브리핑 횟수를 줄일 것이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11월 대선을 앞두고 생중계의 높은 시청률에 집착하는 트럼프가 주변의 조언을 전적으로 수용할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코로나19 대응에서 트럼프의 눈밖에 난 것으로 알려진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를 백악관이 검토하고 있다고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에이자 장관은 안일한 태도와 관계기관 소통 부족 등을 지적받고 있었다. 데보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조정관 등이 후임 후보군에 들어있다고 한다.
조지아주, 오클라호마주, 알래스카주는 24일부터 음식점과 미용실·이발소, 헬스장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영업 재개에 들어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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