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전 국민의 ‘이동 금지령’이 발효된 첫날인 17일(현지시각),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관들이 자동차를 타고 나온 시민들을 검문하고 있다. 파리/신화 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세계 152개국 20만명, 사망자는 8000명에 다가서면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불편과 제약이 극심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은 외국인의 역내 입국을 전면 차단하는 사상 첫 블록 폐쇄를 단행했다. 프랑스에선 이날 정오부터 전 국민의 자가격리를 강제하는 외출 금지령도 함께 발효됐다. 유럽에선 이탈리아(10일), 스페인(15일)에 이어 세 번째다. 프랑스 전국의 주요 도시에선 불과 하루 전에 정부가 공표한 지침을 숙지하지 못한 시민들이 단속 경찰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슈퍼마켓에선 생필품과 식료품의 사재기 바람이 부는 등 극심한 혼란이 이어졌다.
수도 파리의 기차역과 고속도로에는 이동 금지령이 발효되기 전에 한적한 시골로 옮겨 가려는 인파와 자동차가 장사진을 이뤘다고 <프랑스 24> 방송이 보도했다. 파리에서 100㎞ 떨어진 고향 집으로 향하던 연금생활자 장 이브는 “아파트에 같혀 있는 것보다는 시골에서 지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 도시나 향촌에선 이런 ‘도시탈출’ 행렬이 바이러스를 함께 묻혀와 확산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을 자아내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탈리아 통일 159주년을 맞은 17일 저녁(현지시각), 로마 카피톨리네 언덕의 광장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출금지령으로 텅 빈 가운데 시청 건물에 이탈리아 국기 조명이 비치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이탈리아는 아직 의사 면허를 받지도 않은 의과대학 졸업생 1만명을 일반 환자 진료 업무에 조기 투입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가에타노 만프레디 대학·연구부 장관은 올해 의대 졸업생들에게는 의사 면허 시험을 면제해주고 평년보다 8~9개월 일찍 진료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 폭증으로 의료 수요의 압박이 극심해지자, 경험 많고 숙달된 전문의들이 코로나19 최전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예비 의사들에게 일상적인 보건·의료 현장을 맡기는 고육책이다. 17일 저녁 기준,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3만1506명, 사망자 2503명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도 코로나19 확산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17일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50개 주 전체가 감염됐다고 <시엔엔>(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날까지 누적 확진자는 6491명, 사망자도 100명을 훌쩍 넘겨 114명에 이른다. 특히 동부 뉴욕주에서 확진자(1374명)가 가파르게 늘고 있으며, 북서쪽 끝 워싱턴주가 1012명으로 뒤를 이었다.
미국에선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 실리콘밸리 일대 7개 카운티가 이날 0시부터 전 주민의 ‘자택 대피’ 명령의 시행에 들어갔다. 인구 840만명의 대도시 뉴욕도 ‘잠시 멈춤’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17일 자택 대피 명령 가능성을 언급하며 “향후 48시간 안에 결정이 나올 것이다. 그 순간이 오면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엄청한 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주정부의 승인 없이는 뉴욕시가 대피 명령을 발동할 수 없다며 이를 반박하는 등 행정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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