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이탈리아 전역으로 코로나19가 퍼지고 확진자가 급증한 가운데,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도시 크레모나에 있는 유명 현악기 제작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의 동상에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크레모나/EPA 연합뉴스
유럽에서도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확진자 발생 지역이 전국 20개 주 전체로 번지면서 사망자 수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나라가 됐다. 독일과 프랑스의 누적 확진자도 400~500명대로 급증했으며, 영국과 스위스에서도 100명대를 넘어섰다. 유럽 전체 확진자 수는 6000명에 다가섰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5일(현지시각) 자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전날보다 41명 늘어난 148명, 전체 확진자는 838명 늘어난 385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와 확진자 모두 코로나19 발생 이후 하루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이날로 코로나19가 20개 주 전체로 확산돼 나라 전체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1일 북부 지역에서 처음으로 내국인 확진자가 나온 지 2주 만에 최남단 섬인 시칠리아주까지 코로나19 감염 지역이 된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24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에 속한 12개 도시의 외부 통행을 차단하고 모든 주민의 자가격리를 요구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코로나19의 전파를 막지 못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급격한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은 뾰족한 해답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5일 “코로나19 사태에 맞닥뜨린 가정과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내각 회의에서 75억유로(약 10조원)의 긴급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고 <안사>(ANSA) 통신이 전했다. 콘테 총리는 “이건 예외적이고 긴급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이날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45명에 이르렀으며, 프랑스(423명), 스페인(282명), 스위스(119명), 영국(116명)에 확진자가 세 자릿수가 됐다. 유럽 남서부에서 한참 먼 스웨덴(94명)과 노르웨이(91명)에서도 확진자가 100명에 근접했다.
유럽연합(EU) 집행부의 환경·공중보건·식품안전 위원회는 이날 전문가들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응팀에서 유럽 각국의 확산 상황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유럽의회는 다음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릴 예정이던 차기 총회의 장소도 벨기에 브뤼셀로 옮긴다고 밝혔다.
한편 동북아 및 유럽과 함께 세계 3대 코로나19 위험지역인 이란은 6일 전날보다 사망자가 17명 늘어난 124명, 확진자는 하루 사이 1234명이 증가한 474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오는 4월까지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이날 사에드 나마키 보건장관은 자국민의 주요 도시 방문을 자제하고 지폐 사용도 줄이라고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