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프랑스 파리의 한 성당에서 미사 중 성찬례 시간에 사제가 예수의 몸을 상징하는 제병(얇은 빵)을 신자의 입에 넣어주는 대신 손 위에 얹어주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코로나19 공포가 세계의 종교 집회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대표적인 다중밀집 공간인 종교시설에서의 예식이 잠정 취소되거나, 사람 간 밀접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적용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4일 모든 자국민과 자국 거주 외국인의 성지순례를 당분간 금지한다고 사우디 국영 <에스피에이>(SPA) 통신이 보도했다. 이슬람력으로 매년 12월(양력 7~8월) 수백만 인파가 메카에 모이는 연례 성지순례(하지)가 아닌 비정기 성지순례(움라)마저 중단한 것이다. 사우디 당국은 이번 결정을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예방 조처”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사우디는 이란발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메카와 메디나의 비정기 성지순례를 위한 외국인 입국을 막는 강수를 뒀다. 그런데도 3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자 곧바로 국경 문턱을 더욱 높인 것이다.
중동 지역의 코로나 진앙이 된 이란은 4일 모스크에서의 금요예배 금지를 전국 대다수 주요 도시들로 확대했다. 이슬람교의 금요예배는 기독교의 주일(일요일) 예배에 해당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가 이란 대부분 지역과 세계의 많은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이 질병을 통제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코로나 청정국인 타지키스탄도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이란·이탈리아·아프가니스탄 등에 대해 국경을 걸어 잠근 데 이어, 900만명 인구의 대다수인 무슬림의 금요예배를 당분간 금지하고 재택 기도를 권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5일 보도했다. 이 나라는 페르시아력으로 새해 첫날이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노루즈 축제(올해는 3월 21~25일)도 취소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도 지난 3일 “코로나바이러스 시대를 맞아 교회와 시너고그(유대교 회당), 모스크 등에서도 감염 예방 조처를 하면서 전통적인 종교예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신도들은 악수 대신 눈인사나 팔꿈치 부딪치기, 포옹이나 볼 입맞춤 않기, 기도문 암송 때 옆 사람과 손잡지 않기 등 종교 지도자들의 예방 지침을 따른다. 또 천주교 미사에선 성찬례 때 사제가 제병(얇은 빵 조각)을 나눠주기 전에 손 소독을 하며, 성작에 담긴 포도주를 조금씩 나눠마시는 신자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싱가포르의 마사고스 줄키플리 환경 장관은 자국내 무슬림 신도들에게 모스크에서 엎드려 기도할 때 사용하는 매트를 개인이 챙겨오고 신도들끼리 악수를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놨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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