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환경부 산하 ‘브라질 환경과 재생 자연자원 연구소(IBAMA)가 지난해 5월 공개한, 아마존 일대의 불법 벌목 현장 사진. 출처 IBAMA 누리집
‘지구의 허파’ 일부가 제 기능을 잃고 산소가 아닌 독소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의 5분의 1 면적에서 산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요 원인은 벌목과 산불 등에 따른 삼림 파괴가 지목됐다.
지난 11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의 연구 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탄소 포집·저장소 구실을 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탄소 배출원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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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은 살아 있는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죽은 나무에선 대사 활동이 멈춰지면서 생전에 품었던 탄소가 풀려나온다. 나무가 죽은 숲은 탄소 포집원이 아니라 배출원이 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아마존 상당 지역에서 수백만 그루의 나무들이 벌목과 화재로 사라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산소 배출량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의 루시아나 가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2주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여러 지역 상공에 비행기를 띄워 대기중 온실가스 함유량을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열대우림의 대부분 지역이 여전히 다량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대기 습도가 높은 해에는 공기 청정 기능이 더 좋았지만, 삼림 파괴가 심각한 지역에선 그런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연구팀은 아마존 전체 면적의 약 20%에 이르는 남동부 일대가 대기 청정 기능을 잃고 탄소 배출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8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지구관측 위성이 촬영한 사진에 광대한 아마존 밀림 곳곳이 산불에 휩싸여 벌겋게 불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나사 제공/EPA 연합뉴스
가티 교수는 “대기 습도와 상관없이 남동부 지역이 중대한 탄소 배출원이라는 걸 관측했다. 2017~2018년은 습한 해였지만 (건조했던 해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며 “해마다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0~1990년대만 해도 아마존은 대기 중에서 연간 2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뽑아내는 매우 강력한 탄소 포집원이었지만, 지금은 연간 포집 능력이 10억~12억톤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2018년 사상 최고를 기록한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억9760만 톤이었다.
조사 연구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카를루스 노브리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는 중요한 전환점(티핑 포인트)의 시작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추세라면
향후 30년 안에 아마존의 절반 이상이 열대우림에서 사바나(초원지대)로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후학에서 말하는 ‘티핑 포인트’는 그 단계를 초과할 경우 지구 전체 시스템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임계값을 말한다.
‘티핑 포인트 이론’의 최초 주창자 그룹에 속하는 가티 교수는 “우리 계산으로는, 삼림 파괴가 20~25%를 넘어서고 온실가스 다량 배출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티핑 포인트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며 “현재 삼림 파괴는 약 17%가량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비비시> ‘뉴스 나이트’ 인터뷰에서, 이런 추세(아마존의 탄소 순배출 현상)를 되돌릴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삼림 파괴의 모라토리엄(유예)을 실행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당장은 현실화 가능성이 매우 낮다. 브라질 극우 성향의 사회자유당 소속인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지난해 초 취임한 이래 나라 안팎의 우려에 아랑곳없이 아마존 열대우림의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