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된 가운데, 1일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에서 직원이 입국하는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카이로/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2일 중국 본토에서만 300명을 넘어서는 등 바이러스가 세계 전역으로 급속히 퍼지면서, 세계 각국이 앞다퉈 중국에 대해 국경을 전면 또는 부분 폐쇄하거나 중국을 오가는 항공 운항을 중단하는 등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중국 국가이민관리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중국 또는 후베이성에서 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 비자 제한, 중국 항공 노선을 중단했거나 예정인 나라는 24개에 이른다.
‘중국 전역’에서 오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입국을 금지하는 가장 강력한 조처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미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과테말라, 이라크 등지에서 잇따른다. 미국 정부는 지난 31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2일 오후 5시(미 동부시각)부터는 국적에 상관없이 최근 2주간 중국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잠정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최근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미국 시민도 14일간 격리 조처를 의무화했다. 미국에서 격리 의무화 조처는 50년 만에 처음이라고 미 <시엔엔>(CNN) 방송은 전했다. 이런 강력한 조처는 최근 중국 우한을 다녀온 20대 남성이 보스턴의 매사추세츠주립대 병원에서 8번째 확진 환자로 판명돼 1일 격리되는 등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외국 여행을 다녀온 뒤 자가격리가 필요한 자국민들을 위해 최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3곳의 군 시설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델타항공은 미국∼중국 항공편 운항을 애초 예정보다 사흘이나 앞당겨 3일부터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도 1일 자정부터 최근 2주간 중국 본토에 체류했던 방문객의 입국을 금지하고, 이들의 싱가포르 경유도 금지했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자국민이나 취업비자 소유자는 2주간 휴가를 내고 자택 격리하도록 했다. 대체로 미국과 비슷한 고강도 조처다. 오스트레일리아, 이라크, 나아가 중국과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과테말라까지 엇비슷한 조처를 취하고 나섰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된 가운데, 1일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버스를 타고 수도 다카의 격리수용 시설로 향하고 있다. 카이로/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으로부터의 입국을 차단하는 나라들도 적지 않다. 양안 교류가 활발한 대만은 중국 국적자의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후베이성에서 대만으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를 차단하기로 했다. 1일 일본이 최근 14일 안에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통제한 데 이어, 3일엔 말레이시아도 ‘바이러스 비감염’을 문서로 증명하지 못하는 후베이성 체류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접경국인 베트남은 최근 2주 사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관광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중국 본토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 노선의 모든 항공편 운항을 무기한 중단했다. 사실상 중국을 상대로 한 ‘국경 봉쇄’와 같은 조처다.
러시아의 경우엔 1일 중국과의 단체 무비자 관광을 2일부터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모스크바를 제외한 지역 공항의 중국 정기 항공편도 운항이 중단된다. 홍콩에선 의료계가 접경지역의 전면 봉쇄를 요구하며 3일부터 닷새 동안 총파업을 결의했다고 2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경 폐쇄’가 비공식 밀입국을 늘려 되레 바이러스 확산을 부추기고 질병 통제에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도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 역행하는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조처를 비판했지만, 눈앞의 공포와 긴급한 방역 필요성 앞에서 이성적 대응이 강력한 원천 봉쇄에 밀리는 모양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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