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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한 의사들, 격리환자 돌보느라 모친 임종도 못지키고...

등록 2020-01-30 19:54수정 2020-01-31 02:32

신종 코로나에 맞선 우한의 의사들
당직근무 끝내고 휴대폰 열어보니
“어머니가…” 애타는 전화 20여통

루게릭병으로 굳어가는 다리 끌고
하루 2시간 쪽잠 자며 사투 두달째
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관 선생님, 상을 당했대요. 부인이 바로 전화를 달래요.”

지난 17일 오후 5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지정병원인 우한 제일의원 격리병실에서 일하던 의사 관장펑에게 동료가 내선전화로 소리쳤다. 관장펑은 격리병실에서 황급히 나와 방호복과 마스크, 고글, 장갑을 차례로 벗고 격리실 밖에 뒀던 휴대전화기를 보았다. 이날 오후 2시를 전후해 가족에게서 20여 통의 전화가 와 있었다. 전화기 저쪽에서 아내가 말했다. “어머니가 오늘 오후 2시에 세상을 떠나셨어요.”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의 29일 보도를 보면, 우한 제일의원 종양과 주치의이던 관장펑은 지난 11일부터 이 병원에 급히 조직된 호흡기과 3병동에 배치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웠다. 그는 격리병실에서 당직을 서다 가족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격리병실에 한번 들어가면 6시간 이상 일했으며, 그 안에선 음식을 먹거나 마시지도 못하고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해 12월 호흡기 근육 마비로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던 터였다. 지난 10일 관장펑은 일을 마치고 인근 첸장시로 어머니 병문안을 가던 길에 “급히 호흡기 병동을 설치해야 하니 복귀하라”는 병원 주임의 전화를 받고 차를 돌렸다. 어머니가 숨을 거둔 뒤에야 곁에서 손을 잡고 울 수 있었던 관장펑은 “나는 의사지만 어머니를 구할 수 없었고 임종도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의사인 관장펑의 아내도 또 다른 전문병원에 자원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본격적으로 퍼진 지 한 달이 되어가는 가운데, 중국 언론은 첫 발병지인 우한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사연을 계속 전하고 있다. 우한 지역 매체 <후베이일보>는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으로 불편한 다리를 끌며 전염병과 맞서고 있는 진인탄병원 장딩위 원장(57)의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평소 600여명의 의료진이 일하던 진인탄병원에 지난달 29일 화난수산시장에서 7명의 환자가 한꺼번에 입원했고, 1월 초 이 병원은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장 원장은 이후 새벽 2시에야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수많은 전화를 받으며 온갖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평소보다 2배 이상 일하며 과로에 따른 감염 위험률도 높아졌다.

병원에서 중환자들을 돌보느라 3~4일에 한 번 얼굴을 보던, 역시 의료 인력이던 아내도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장 원장은 <후베이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나는 좋은 의사였는지는 모르지만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 결혼 28년, 나도 두렵다. 아내의 몸이 회복되지 못할까 봐. 그녀를 잃어버릴까 두렵다”고 했다.

쓰촨 대지진과 알제리 등에 자원해 가서 평생 수많은 목숨을 구했지만, 그의 다리는 격무에 시달리는 동안 더 불편해졌다. 결국 2018년 10월 루게릭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장 원장은 “모든 루게릭병 환자는 자신이 조금씩 소멸해가는 것을 본다”며 “삶이 나에게 시간을 많이 주지 않아 불안하다. 하지만 시간을 이기고 더 많은 환자를 바이러스로부터 구하려면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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