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노르웨이·뉴질랜드 등에서 여성 총리 탄생 소식이 잦아지고 있지만, 전세계의 모든 분야에서 성별에 따른 격차가 해소되기까지는 99.5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전망치(108년)보다 조금 당겨졌지만, 양성평등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별 양성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성별격차 순위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낮은 108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전세계 153개국의 성별에 따른 격차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발표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16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경제활동 참여·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수명, 정치적 권한 등 4개 부문 통계를 이용해 성별격차를 지수화했는데,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남녀가 평등하다는 걸 뜻한다.
세계경제포럼이 최근 발표한 성별격차지수(GGI) 상위 10개국.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양성평등 수준이 높다는 의미다. 세계경제포럼 누리집
지난해보다 성별격차가 개선된 것은, 정치 부문의 여성 진출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여성 의원 비율은 전체 25.2%, 장관직 비율은 21.2%로 지난해(각각 24.1%, 19%)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치 분야에서 성별에 따른 격차가 해소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지난해(107년)보다 12년이나 단축됐다.
전세계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 프랑스의 여성 임원 비율은 43.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 누리집
경제 분야에선 성별에 따른 격차가 오히려 더 커졌다. 세계적으로 15~64살 사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비율은 55%로 남성(78%)에 크게 못 미쳤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관리직·대표직 등의 여성 비율이 여전히 낮은데다, 자동화 등 기술 변화가 여성 종사자 비율이 높은 소매업 분야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제 분야의 성별격차가 해소되려면 무려 257년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지난해 전망 때보다 55년이나 더 늘어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153개국 중 성별격차가 가장 작은 나라는 아이슬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슬란드의 성별격차지수(GGI)는 0.877이다. 그 뒤를 노르웨이(0.842)·핀란드(0.832)·스웨덴(0.82) 등 북유럽 국가들이 이었다. 한국의 성별격차지수는 0.672로, 순위로 봤을 땐 108위다. 지난해보다 7계단 상승했지만, 중국(106위)보다 2계단 아래였다. 일본은 121위로 한국보다 13계단 낮았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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