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16일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퀘벡주 셔브룩에서 열린 집권 자유당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몬트리올/로이터 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48) 총리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캐나다 총선이 21일 치러진다. ‘희망’과 ‘변화’를 외치며 4년 전 ‘개혁적인 젊은 지도자’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트뤼도 총리가 여성·청년층의 마음을 얼마나 붙들어둘 수 있느냐에 재집권 여부가 달려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총선을 닷새 앞둔 16일 캐나다 공영방송 <시비시>(CBC)는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30.9%)이 보수당(32.2%)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 취임 이후 4년 동안 일자리가 120만개(7%) 늘어나는 등 비교적 좋은 경제적 성과를 냈지만, 건설회사의 범죄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데다, 지난달 대학 시절 한 행사에서 인종차별적인 분장을 했던 사실이 폭로되면서 실망한 여론이 등을 돌리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1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줄곧 자유당과 보수당의 유례없는 초박빙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캐나다 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16일 자그미트 싱 신민당 대표가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몬트리올/로이터 연합뉴스
문제는 ‘트뤼도 총리 만들기’의 최대 기여층이었던 청년층 지지가 4년 전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캐나다 여론조사기관인 ‘다트 앤 마루/블루’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8~34살 청년층 유권자들의 자유당 지지율은 27%에 그쳤다. 한달 전(39%)보다 12%포인트나 빠진 수치다. 같은 기간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신민주당에 대한 청년층 지지율은 22%에서 39%로 껑충 뛰었다. 이에 힘입어 신민당은 지지율이 18.3%까지 오르는 등 비슷한 성향의 자유당 표를 잠식하고 있다.
신민당의 지지율 급상승을 이끄는 것은 자그미트 싱(40) 대표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싱 대표는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유색 인종으로서 정당 대표가 된 인물이다. 시크교도를 뜻하는 터번을 쓰고 수염을 기르고 다니는 그는 최근 ‘캐나다 사람처럼 보이고 싶으면 터번을 벗고 다니라’는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고도 차분하게 응대하며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관용과 투명성, 기후변화 방지와 여성 평등을 외쳤던 트뤼도 총리를 지지하던 젊은 유권자들이 싱 대표에게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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