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프랑스에서 지속돼온 ‘노란 조끼’ 시위를 통해 경제·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프랑스 엘리트 고등교육 기관인 ‘그랑제콜’이 사회·경제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차상위 계층 학생의 선발을 확대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대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프랑스 엘리트 고등교육 기관 ‘그랑제콜’이 사회·경제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차상위 계층 학생의 선발을 확대하기로 했다. 소수정예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그랑제콜이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돼 ‘부의 대물림’을 고착시킨다는 비판을 수용해, 다양한 계층에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프랑스 고등사범학교(ENS, 파리·리옹·렌·사클레 캠퍼스 등 4곳)와 3대 상경계 학교(ESCP·HEC·ESSEC), 에콜폴리테크니크 등 대표적 그랑제콜 8곳의 총장들이 14일 사회적 다양성 확대 방안 등을 담은 입시 제도 개선안을 고등교육부에 제출했다고 <르몽드>가 보도했다.
이번 개선안에는 국가장학금 수령자의 신입생 선발 확대, 고교의 그랑제콜준비반(프레파) 단계에서부터 중산층 이하 차상위 계층을 배려해 선발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특히 차상위 계층에 가점을 부여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 출신 학생들이 선발될 가능성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고급 공학교육이 이뤄지는 에콜폴리테크니크는 그랑제콜준비반 외에 일반 국립대 졸업생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도 늘리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그랑제콜이 내놓은 방안을 바탕으로 사회적 다양성 강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추가 논의를 거쳐 학생 선발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랑제콜들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다양한 계층에 기회를 줘 국가의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는 설립 취지와는 달리, 갈수록 중산층 이하 출신 학생 비율이 줄어들면서 특권층의 부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일반 대학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평균 38%이지만, 그랑제콜은 이 비율이 10%대에 불과하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상이 촉발한 ‘노란 조끼’ 시위 이후 열린 국가 대토론회에서 나온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난 6월 그랑제콜에 학생들의 사회적 배경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월 그랑제콜 중 하나인 국립행정학교(ENA)를 폐지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이 학교 출신이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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