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에 대해 “매우 큰 잘못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극도로 거부해온 리비아 모델을 부정한 것이라,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볼턴)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일종의 매우 큰 잘못을 한 것”이라며 “그것은 좋은 언급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며 다시금 “그것은 좋은 언급이 아니었다”라고 강조한 뒤 “(이로 인해) 우리가 차질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나보다 불필요하게 더 터프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볼턴 전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과 관련) 그 후에 김정은이 말한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며 “그(김 위원장)는 존 볼턴과 함께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런 말(리비아 모델)을 하는 건 터프함의 문제가 아니라 현명하지 못함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 방안으로 제시한 리비아 모델은 ‘선 핵포기-후 보상’을 뜻한다.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대통령은 2003년 3월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포기 의사를 밝히고 비핵화를 이행한 바 있지만, 2011년 반정부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은신하다가 사살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볼턴 존 보좌관을 경질한 데 이어,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리비아 모델까지 잘못된 정책이라고 부정한 셈이어서 주목된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가 지연되는 가운데 지난 9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달 하순에 대화할 의향을 밝힌데 적극 호응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가 이뤄지던 지난해 5월 볼턴 전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에 북한이 반발하며 회담이 난항 조짐을 보이자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초토화했다. 카다피를 지키는 합의가 없었다”고 언급해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경제적 번영은 물론 체제 보장까지 해줄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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