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각의(한국의 국무회의)에서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시 국무회의 모두발언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수출통제 절차 간소화 대상국인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자, 전세계 외신들은 이번 조처가 두 나라 관계는 물론 전세계 경제·외교에 미칠 영향과 등에 대한 보도를 신속하게 쏟아냈다.
주요 외신들은 일본의 이번 조처가 양국 관계에 미칠 파장을 집중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일본 각의(한국의 국무회의)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하면서 “(지난달 초 일본의) 수출 통제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이슈로 비등점에 달한 양국의 적대감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웃한 두 나라 간 갈등을 고조시키는 건 물론, 이번 조처가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전세계 첨단기술 공급망에도 더욱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일본 역시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수출이 제한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일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글로벌 공급망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제조업체뿐 아니라 일본 수출업체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경제 전쟁의 선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이 지난달 초 단행한 반도체 소재 등 3개 화학제품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 강화는 이미 세계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이번 조처로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군사·외교 분야의 협력에 미칠 영향에 크게 주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이 이번 달 24일로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조처가 양국한) 광범위한 관계에 미칠 영향이 중대하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일 분쟁이 한국의 전자 산업부터 일본의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이미 경제적 고통을 야기하고 있으며, 미국의 역내 핵심 동맹국 사이의 안보 협력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도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언급이 나온 이후 일본 상품 불매운동 등이 벌어지는 등 한국 여론이 빠르게 악화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조처가 실제로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를 떠나, 극심한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조지워싱턴대 한·일 문제 전문가 셀레스티 애링턴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번 조처로 비롯된 한-일 두 나라의 갈등이 협력 및 군사 대비태세에 미칠 영향에 대한 미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애링턴 교수는 북한과 협상 타결을 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한국과 일본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두 나라의 의견충돌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일관된 노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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