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 유엔 대사로 지명한 켈리 크래프트 후보자가 19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선 크래프트 후보자가 캐나다 대사 재임 시절 임기의 절반 정도인 300일 이상을 임지 오타와를 떠나 있는 등 자질 논란이 불거졌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 후보자가 캐나다 대사 때 임기의 절반 이상 자리를 비운 것으로 드러나 외유 논란에 휩싸였다.
19일 상원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의 밥 메넨데스 의원은 크래프트가 캐나다 대사 재임 시절 개인적 일로 임지인 오타와를 자주 비웠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회에 제출된 그의 여행 일정표와 에스엔에스(SNS) 게시물 등을 맞춰본 결과, 일부 일정이 크래프트의 출신지인 켄터키주에서 열린 경마대회(켄터키 더비)와 겹치는 등 공무로 보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앞서 <폴리티코>는 청문회 연방항공청 자료를 인용해, 크래프트가 캐나다 대사로 있으면서 석탄 재벌인 남편의 자가용 제트기를 이용해 미국을 128번이나 오갔다고 보도했다. 2017년 10월 말 캐나다 대사 취임 이후 600일 중 300일 이상 자리를 비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 매체는 크래프트가 개인 업무와 국내 정치에 관여하느라 자주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대사관 차석이 업무를 떠맡았다며, 국무부에서는 그를 ‘결원 대사’로 여겼다고 전했다.
크래프트는 “대부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과 관련된 워싱턴 출장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메넨데스 의원은 협정이 지난해 9월30일에 마무리됐다는 점 등을 들며, 자세한 일정 자료를 내지 않으면 인준에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크래프트는 니키 헤일리의 후임으로 지난달 유엔 대사에 지명된 이후 여러 적절성 논란을 만났다. 2007~2008년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 근무 경력과 2년 남짓의 캐나다 대사 경력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정치·외교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유엔의 주요 화두가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인데, 남편 조지프가 거대 석탄 회사 ‘얼라이언스 리소스 파트너스’의 최고경영자라 이해충돌 문제도 지적된다. 크래프트는 “유엔의 기후변화 논의에서 석탄과 관련된 부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그가 국무부에 제출한 윤리서약서에는 석탄 회사 주식 처분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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