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지난 7일 4차 방중을 위해 평양을 출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기간과 겹쳐 베이징에서 첫발을 디딘 미-중 무역협상이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북-미-중이 서로 얽힌 회담과 협상이 계속 선순환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베이징에서 만난 미-중 차관급 대표단은 7일부터 1박2일로 예정했던 일정을 하루 연장해 9일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협상단 일원인 테드 매키니 농무부 통상·해외농업담당 차관은 귀국 전 기자들에게 “(협상이) 순조로웠다. 우리에겐 좋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용을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일정까지 연장한 것을 보면 협상이 일단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이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구입하는 것과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접근을 확대하는 문제에선 이견을 좁혔다”고 보도했다.
매키니 차관의 발언과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은 시장개방 확대와 관련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공격적 산업 정책인 ‘중국제조 2025’나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입장 차이는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은 ‘휴전 종료일’인 3월1일 전까지 확실한 타결을 위해 추가 협상을 할 방침이다. 이번 협상 첫날에는 차관급 회의장에 류허 부총리가 얼굴을 내밀어 중국 쪽의 적극적 태도를 보여줬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협상과 한반도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우연’이라는 것이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우리의 중대한 외교 일정은 아주 많다. 일부 외교 일정은 겹치기도 하고, 이상할 만한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둘을 떼어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은 중국을 통해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려 하고, 중국도 북한을 지렛대로 대미 갈등 완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홍콩 <명보>는 “북핵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몇 안 되는 의제 중 하나인 만큼,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미국과 무역협상을 하는) 중국을 지원한 것”이라고 짚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김 위원장의 방중은) 시진핑 주석에게 지렛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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