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나도 김 위원장을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신년사 발표 약 23시간 만에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여전함을 분명히 하는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오후(현지시각) 트위터에 “김정은이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전파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언제라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는 <피비에스>(PBS) 기사 한 줄을 올렸다. 그는 “나 또한 북한이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아주 잘 인식하고 있는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적었다. 미국 주류 언론 등은 김 위원장이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를 생산·시험·전파하지 않는다’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두 정상이 새해 벽두에 공개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음에 따라 답보 상태였던 북-미 대화는 다시 추동력을 얻게 됐다. ‘톱 다운’(위에서 아래로) 방식이 재가동되는 것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해온 ‘1~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목표 또한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상응 조처의 순서와 수준을 어떻게 짜맞추냐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미국 대통령이 시대착오적인 제재 만능론과 그 변종인 속도 조절론에서 벗어나 2019년의 사업 계획을 옳게 세운다면 2차 조-미 수뇌회담 개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확실한 비핵화 행동 없이는 제재 완화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언급한 것도, 제재 완화와 경제 발전을 위해 비핵화 행동이 필요하다고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데릴 킴벌 미국 군축협회 사무총장은 <한겨레>에 “양쪽이 비핵화와 평화에 관해 의미 있는 ‘행동 대 행동’ 조처를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 생산·시험·전파를 하지 않는다’고 한 게 협상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면적 핵 동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도 <월스트리트 저널>에 “핵물질 생산 동결과 핵무기 및 핵물질 판매 금지에 동의하는 데 준비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위급이나 실무 회담 등 접촉이 재개될지가 이후 단계를 가를 시험대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북한이 우선 대화를 시작해, 각자 어떤 종류의 핵 동결과 검증 방법을 갖고 있고 어떤 제재 해제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얼마나 진지하고 솜씨 있게 대화에 나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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