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2018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콩고민주주의공화국의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오른쪽)와 이라크의 소수민족 인권운동가 나디아 무라드가 상패와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슬로/EPA 연합뉴스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상식이 열린 2018년 노벨평화상은 전시 성폭력에 맞서 싸우고 피해자들을 치유해온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63)와 이라크의 소수민족 인권운동가 나디아 무라드(25)에게 수여됐다.
무퀘게는 시상식 전날인 9일 기자회견에서 “노벨상 수상은 ‘승리’가 아니라 이런 유형의 악과 맞서는 새로운 투쟁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력 분쟁에선 여성의 몸이 전쟁터가 되는데, 이는 용인될 수 없다”며 “우리가 (반인권적 만행을) 몰라서 행동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젠 모두가 안다. 국제사회는 행동할 책임이 있다”고 촉구했다.
무퀘게는 광물자원을 둘러싼 무장단체 간 내전이 한창이던 민주콩고 동부 도시 부카부에 병원을 설립해 지난 20년간 성폭행당한 수많은 여성의 몸과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재활을 지원해왔다. 그의 도움으로 새 삶을 열어간 이들은 그를 ‘닥터 미러클’(기적의 의사)이란 애칭으로 부른다.
공동수상자 무라드는 2014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공격으로 가족을 잃고 성노예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다가 3개월 만에 탈출해 국제사회에 이슬람국가의 만행을 고발하고 소수민족의 인권 옹호에 앞장섰다. 그는 “노벨상은 지금도 지하디스트들에게 억류된 수천명의 여성에게 주는 ‘신호’”라고 의미를 새겼다. 무라드는 “상 하나가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모든 폭력을 없앨 순 없지만 더 많은 정부가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워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실질적으로 멈출 수 있는 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9월부터는 유엔의 인신매매 생존자 존엄에 대한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딛고 전시 성폭력 근절과 피해자 치유를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 관심과 행동을 촉구해왔다.
앞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 및 시상 기관인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전쟁과 무력 분쟁에서 성폭력이 상대 집단에 대한 무기로 악용되는 행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수상자들의 노력을 기린다”고 헌사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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