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및 국제기구 수장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문제에 “100%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에 밀렸던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조 내지 소통이 복원됐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1일 밤(현지시각) 귀국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북한에 대해서도 우리는 매우 강력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잊지 마라. 우리는 이걸 6, 7개월 정도 해왔다. 긴 시간이 아니었다. 핵 문제만 봐도 사람들은 20년을 일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북한에 대해 나와 100% 협력하기로 동의하고 있다”며 “그것도 (무역 협상 못지않게) 대단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무역전쟁의 ‘90일 휴전’에 합의한 것을 계기로 대북 정책 공조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의 체면을 살리면서도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교착에 빠졌을 때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며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또 중국이 제재에서 이탈하면 ‘최대 압박’ 캠페인이 무력화된다며 북한과의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중국 기업 등에 제재를 가해왔다.
시 주석이 제재 유지 공조를 확인함과 동시에 제재 완화 논의를 타진했을 개연성도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미가 “서로의 합리적 우려 사항을 배려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재 일변도로 가지는 말자는 뜻이다. 김 교수는 “중국은 일단 미국과 대북 제재에 협력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제재 완화에 대해 북한, 러시아와 계속 협력하면서 완화 조건과 시기에 대해 미국과 협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중국이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지역으로 말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비행기가 닿는 곳”(within plane distance)이라고 답했다. 원론적 대답일 수 있지만, 김 위원장의 이동 편의를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북한대사관이 있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 지역이 개최 후보군에 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 싱가포르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고, 미국 개최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에는 배제했다. 스웨덴이나 스위스 등 유럽은 북한이 이동 문제를 들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1월, 2월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장소는 “세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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