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6일 무역전쟁에 돌입함에 따라 전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에 빠졌다. 5월에 이뤄진 3차례 무역협상이 실패한 끝에 포문을 열고 전쟁을 시작한 만큼, 당장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이선 해리스 국제경제연구소장은 이날 <블룸버그>에 “이 전쟁은 사상자가 발생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달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폭탄’의 영향으로 최소한 어느 한쪽이 치명적 타격을 입는 게 확인될 때까지 포문이 닫히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무역전쟁 의지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국내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고 중국 등 외국과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취임 뒤에는 국제적 마찰을 감수하고 동맹을 비롯한 외국에 고율 관세를 매기며 공약을 실행해왔다. 상·하원 의원을 뽑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는 더욱 거칠게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에 대해 추가 관세 위협까지 내놨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유보하고 있는 2000억달러, 그리고 또 3000억달러가 더 있다. 500억달러 더하기 2000억달러에 3000억달러를 다시 더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양쪽 모두의 기업과 소비자에게 타격을 입히게 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조처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중국을 상대로 싸울 ‘실탄’이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무역 비중이 33.3%에 이르는 반면, 미국은 20.0%에 불과하다. 2017년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는 5055억달러에 달했지만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299억달러에 그쳤다. 중국이 미국에 비례 대응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중국 베이징의 한 주식 거래소에서 6일 한 투자자가 주식 변동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오전 11시께 0.43% 하락했다가 상승반전해 0.49% 오른 채 끝났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미국 실업률(3.8%)이 낮아지고 물가상승률(2%)도 목표치에 근접하는 등 미국 경기가 호조라는 점도 트럼프가 쉽게 무역전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뒷배가 되고 있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차이나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 무역전쟁의 경제적 압력을 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결기를 보이고는 있지만 미국에 비해서는 머리가 복잡한 모습이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6일 사설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들, 특히 중국을 갈취하면서 사실상 깡패 집단처럼 굴고 있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그러나 2020년까지 샤오캉(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경제의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수출 감소를 가져오는 무역전쟁은 큰 타격이다. 관세는 수입도 줄여 국내 가공생산에도 차질을 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이 겉으로는 ‘끝까지 싸우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지만, 시진핑 주석은 관료들에게 ‘주의 깊은 대응’을 주문해왔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6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행정부의 도발에 보복은 하되, 중국이 지난 40년 동안 견지해온 개혁·개방 노선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방침을 전달받은 한 관료는 “위에서 내려온 메시지는 무엇도 중국의 개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미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뜻으로 보인다.
미-중 양쪽의 국내 정치적 요인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이 더 크다. 고율관세의 유탄을 맞는 지엠(GM) 등 제조업체와 보수적 경제단체 등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중국은 체제 특성상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야 하는 부담은 적다. 그럼에도 경제 악화를 감수하고 장기전을 펴는 것은 양쪽 모두에 짐이다.
이 때문에 미-중 두 나라가 이번 조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면서 4차 협상을 통해 대타협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추가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협상전략의 하나로 볼 여지가 있다.
황준범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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