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미-중,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 무역전쟁’

등록 2018-07-06 18:32수정 2018-07-06 20:40

서로 수입품 고율관세 부과 발효
트럼프 “2주 안에 추가 보복조처”
미국과 중국이 결국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시키고,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전세계가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동부 현지시각 6일 0시1분(한국시각 오후 1시1분) 818개 품목 340억달러(약 38조120억원)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징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5분 뒤인 현지시각 12시5분에 상무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보복 조처를 취했음을 밝혔다. 중국 정부는 담화에서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해 규모 면에서 경제사에서 유례가 없었던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며 “중국은 국가 핵심이익과 인민 군중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부득불 필요한 반격을 하도록 강요받게 됐다”고 밝혔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보복 관세 부과를 시작했음을 공식 확인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세계를 양분하는 두 대국 간의) 무역전쟁이 1920~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라고 지적했다.

두 나라는 추가 조처도 예고해 놓고 있다. 미국은 24일 청문회를 열어 160억달러어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고율관세를 부과할 시점을 결정한다. 중국 역시 같은 규모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몬태나주로 가기 위해 탑승한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2주 이내에 (남은) 16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지금까지 공개한 보복 조처(총 4500억달러어치)가 모두 현실화되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지난해 5054억달러) 대부분이 보복 대상이 된다. 특히, 이번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중국으로부터 명확한 ‘양보’를 얻어내기 전까진 타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갈등 국면이 최소한 선거가 끝나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폭탄’이 미국이 광범위한 수입품에 관세를 매긴 대공황 시절 ‘스무트-홀리 관세법’(1930년) 이후 최대 조처라고 지적했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학교 교수(경제사)는 “이 보호무역 조처로 대공황이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그에 버금가는 보호무역 조처”라고 지적했다.

1929년 대공황이 발발하자 미국은 광범위한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했다. 미국의 이 조처에 반발해 세계 각국이 보복 조처를 취하면서, 1929~1934년 세계 무역은 66%나 줄어들었다. 그로 인해 대공황이 악화됐고, 세계 주요국들이 경제블록화에 나서면서 세계 2차대전이라는 참극을 불러왔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전후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가트·1995년 세계무역기구로 발전)과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두 축을 통해 세계 자유무역을 떠받쳐왔다.

그러나 2017년 1월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후 세계의 번영을 유지해온 자유무역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들어 모두 165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했다.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뿐 아니라 대서양을 사이에 둔 오랜 동맹인 유럽연합(EU), 이웃 나라인 캐나다·멕시코, 동아시아의 핵심 동맹인 한국·일본 등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무역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때도 일본·유럽의 공산품·농산품 등에 고율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단기간에 끝났고, 미국의 우위를 받아들인 상대국이 양보했다. 그러나 이번엔 무역 공격을 당한 국가들이 모두 보복 관세를 부과했거나,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조처에 중국이 결연한 저항 의지를 거듭해 밝히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패권질서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일방주의에 분노를 쏟아내며,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회의적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 전쟁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고, 어떻게 타협되든 미국이 2차대전 이후 주도하던 자유무역 질서는 그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미-중 관계와 미국과 유럽연합 등 동맹국들의 관계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무역전쟁의 진짜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미국서 또 항공기 추락…어린이 환자 태운 채 주택가로 떨어져 1.

미국서 또 항공기 추락…어린이 환자 태운 채 주택가로 떨어져

‘여객기 충돌’ 미군 헬기, 고위직 대피 비밀훈련 중이었다 2.

‘여객기 충돌’ 미군 헬기, 고위직 대피 비밀훈련 중이었다

50년 전에 인간이 갔던 달, 왜 다시 못 가나 3.

50년 전에 인간이 갔던 달, 왜 다시 못 가나

백악관, 캐나다·멕시코·중국산 제품에 1일부터 관세 부과 공식 발표 4.

백악관, 캐나다·멕시코·중국산 제품에 1일부터 관세 부과 공식 발표

미 필라델피아 쇼핑몰 인근에 항공기 추락 5.

미 필라델피아 쇼핑몰 인근에 항공기 추락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