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저녁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를 방문한 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기의 회담’이라 불린 12일 북-미 정상회담 현장에서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운 사람들이 있다. 두 정상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호 인력이다.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여러 경호작전이 이번 정상회담을 뒷받침했다.
회담 당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 진입로 앞엔 예전보다 강화된 경찰 통제가 적용됐다. 전날인 11일에는 호텔 진입로 건너편에 설치된 철제 펜스 뒤편 인도로 통행이 가능했지만, 이날은 진입로 정면을 지나는 좌우 100~200m 구간을 완전히 차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렬이 오전 8시(한국시각 오전 9시)께 숙소 샹그릴라 호텔을 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카펠라 호텔 앞에도 긴장감이 고조됐다. 경찰은 취재진이 통제선 밖으로 벗어나는 걸 막기 위해 쳐놓은 밧줄을 허리 높이까지 들어 올려 테두리를 만들고 “이 줄 뒤로 물러서라”고 했다.
비슷한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 앞도 삼엄했다. 객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1층 로비를 통해 밖으로 나가 전용차량을 타는 김 위원장 동선을 따라 북한 경호원들과 싱가포르 무장경찰이 줄지어 대기했다. 김 위원장의 경호 인원은 북한 경호원, 무장경찰, 사설 경호요원, 호텔 관계자 등을 모두 합해 100명은 족히 넘는 듯 보였다. 이들은 ‘인간띠’를 만들어 김 위원장의 동선을 세 겹으로 둘러쌌다.
두 정상은 숙소부터 회담 장소인 카펠라 호텔까지 자국에서 공수해온 전용 방탄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스트’(야수)라는 별칭을 가진 리무진 차량인 ‘캐딜락 원’을 이용했고, 김 위원장은 검은색 벤츠 리무진을 이용했다. 이 차량은 4·27 남북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타고 온 ‘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와 동일한 차량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정부도 경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두 정상이 숙소에서 회담장 등지로 이동하는 동안 교통 통제를 하고 차량 앞뒤로 호송 차량과 경찰 오토바이를 붙였다.
영국 <가디언>은 김 위원장 주변의 경호 상황을 전하는 기사 제목을 ‘Kim Jong-undercover’(김 위원장의 이름과 ‘비밀요원’을 뜻하는 ‘언더커버’를 더해서 만든 단어)라 달았다. 그만큼 철저한 경호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에이피>(AP) 통신은 백악관이 사진 촬영을 포함해 회담과 관련한 여러 장소에서 미디어의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신속하고 정확하며 완전한 보도를 접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김효실 기자, 싱가포르/황준범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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