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덮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성명을 하게 됩니다.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서명하기 직전에 한 이 말은 그대로 미국 <시엔엔>(CNN) 방송 누리집 머리기사 제목이 됐다. <시엔엔>은 “과거를 덮고 출발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강조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순간들을 신속히 전했다. 이 방송은 전날부터 정상회담 시작까지 남은 시간을 화면에 표시하는 카운트다운을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회담을 하고, 합의문에 서명하고, 다시 만날 약속을 하며 왔던 길을 돌아가는 과정을 전세계 언론이 지켜보고 전했다. 미국 <시엔엔>, 영국 <비비시>(BBC),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외신들은 두 정상의 만남을 “북-미 관계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역사가 새로 쓰이고 있다”며 대서특필했다. 최소 2500명의 기자가 이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입국했다.
<뉴욕 타임스>는 “불과 몇 개월 전 서로를 조롱하고, 핵 위협을 가하며 당황케 했던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했다”며 “세계 최대 핵 강국과 최고의 은둔 국가 간에 새로운 장을 여는 중대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비비시>는 “외교적 우여곡절 끝에 결국 악수를 했다”면서 “몇 개월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의 옷차림과 몸짓, 표정, 눈빛 등 일거수일투족이 세계 언론을 통해 낱낱이 보도됐다.
일본 언론들도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역사적 일보”, “북-미 사상 최초의 회담”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엔에이치케이> 등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북-미 정상회담 모습을 생중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을 크게 실은 호외를 도쿄 시내에 배포했다. 김 위원장에게 고위급 전용기를 빌려주며 북-미 회담에 큰 관심을 보인 중국에서도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봉황 티브이> 등이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해 빠르게 보도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두 정상이 서명한 공동성명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문서에 구체적 내용이나 기한이 없고, 주요 쟁점에 대한 세부 사항이 남겨져 있다”고 평가했고,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2005년 9월 6자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합의를 깬 적이 있다”고 밝혔다. <도쿄신문>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확증도 없이 회담에 돌입했다. 애초 목적(비핵화)이 변질되는 듯이 보인다”고 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시시각각 알려지는 회담 내용과 평화를 염원하는 현지 반응을 타임라인 형식으로 빠르게 소개했다. <에이피>(AP)·<아에프페>(AFP)·<로이터> 등 통신사들도 단독회담과 확대회담, 공동성명 내용 등을 속보로 잇따라 보도했다. <아에프페>는 “수십년간의 핵 교착상태 및 냉전에서 이어진 적대적 긴장감과 씨름하기 위해 열린 전례 없는 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회담 중간중간 생생한 사진을 배포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등 미국 당국자들의 트위터도 소식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미나 기자, 도쿄 베이징/조기원 김외현 특파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