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각) 싱가포르 국제 미디어센터의 식당에서 현지 업체가 내놓은 김치맛 아이스크림이 후식 중 하나로 제공됐다. AP/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세계 각국 취재진 수천명이 싱가포르로 집결한 가운데 이 나라 정부가 운영하는 국제 미디어센터 식당에 김치맛 아이스크림이 등장해서 눈길을 끌었다. 싱가포르 현지에선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브로맨스’를 상징하는 칵테일부터 두 나라 간 화합을 상징하는 버터밀크 치킨과 김치 버거까지 이른바 ‘정상회담 시즌 메뉴’들이 곳곳에서 선보이며 흥분과 축제 분위기를 드러냈다.
<에이피>(AP) 통신은 11일(현지시각) “싱가포르가 ‘아시아 음식의 수도’로 불릴 만 한데, 수천명의 취재진이 몰린 국제 미디어센터에선 식사 때마다 20여개국의 향토 음식과 국제적 선호도가 높은 음식들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며, 현지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어더스(Udders)는 미디어센터에 한국 대표 음식인 김치 맛 아이스크림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 회사 임원인 왕 펙 린은 <에이피>에 “나는 이처럼 지구적이고, 대규모이며 역사적인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 싱가포르에서 이토록 많은 언론인을 불러모은 사건이 역사적으로 뭐가 있었던가”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 1500만달러의 자체 비용을 쓸 예정인데, 보안 경비와 함께 3천여명의 기자들이 몰려든 국제 미디어센터 운영도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에이피>는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북-미 정상회담으로 사상 최대 미디어 대표단을 맞이했다”면서 “2100㎡ 규모의 포뮬러원 경기장이 3천명의 취재진을 위해 (미디어센터로) 재단장됐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현지 타코 집 ‘루차 로코’(Lucha Loco)에서 선보인 로켓맨 타코(사진 왼쪽)와 트럼프 타코. 사진 현지 업체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워싱턴 이그재미너> 등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정상회담 분위기를 듬뿍 담은 음식과 음료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풍경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각국 기자들이 싱가포르가 세기의 역사적 담판을 주최하는 국가로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트위터로 공유하고 있다”면서 “싱가포르 방문객들과 시민들이 특별한 음식 등의 등장을 무척 재미있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얼굴로 장식한 ‘폭탄주’ 스타일의 칵테일 제조 동영상이나 김치와 치킨이 어우러진 정상회담 버거 등의 사진을 트위터로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중심가에 3개 지점을 둔 식당 체인 ‘달라스 레스토랑 앤 바’는 8일부터 30일까지 한시메뉴로 김치와 버터밀크 치킨이 어우러진 ‘트럼프-킴 정상회담 버거’를 내놓는다. 사진 현지 업체 페이스북 갈무리
싱가포르 현지 영자신문인 <스트레이츠 타임즈>도 정상회담 기간 전후로 등장한 싱가포르 현지 음식업계 분위기를 보도하면서 ‘루차 로코’라는 현지 타코 집이 ‘트럼프 타코’와 ‘로켓맨 타코’를 함께 선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타코엔 쇠고기 패티와 녹인 치즈 등이 들어 있으며, 트럼프가 김정은을 지칭했던 말을 인용한 ‘로켓맨’ 타코엔 매콤한 소스를 쓴 한국식 치킨에 흰색 무 피클 등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이 매체는 “차이나타운 마켓앤푸드센터에 가면 ‘김치 도널드 덕 돈부리’를 주문하고, 엠파이어 스카이라운지에 가면 세계평화 칵테일을 3달러에 마시라”면서 “싱가포르 음식 업계가 북-미 정상회담을 맞아 할 수 있는 온갖 시도를 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치 도널드 덕 돈부리는 남북한 공통 음식인 김치에 트럼프의 이름 도널드에서 ‘도널드 덕’을 떠올려 오리고기를 더한 돈부리 메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