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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평화원정대] 40여년간 5000만그루 심은 그린벨트운동

등록 2018-05-09 05:00수정 2018-05-09 11:12

산림황폐화 따른 악순환 끊고
여성 차별·불평등 탈출 목표
운동 주도 왕가리 마타이 ‘노벨상’
지난 3일 오전(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 그린벨트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위클리프 마티카 자원동원 담당 이사가 한겨레평화원정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나이로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3일 오전(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 그린벨트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위클리프 마티카 자원동원 담당 이사가 한겨레평화원정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나이로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우린 싫증 내거나 포기할 수 없습니다. 떨쳐 일어나 걸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종의 현재와 미래에 빚진 탓입니다.”

지난 3일 찾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 중심가 그린벨트운동본부 사무실에는 이 운동의 창시자인 왕가리 마타이의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마타이는 2011년 세상을 떴으나 그의 열정과 목표는 후배들에 의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위클리프 마티카 자원동원 담당 이사는 “케냐에선 밭을 만들고 숯을 만들기 위해 벌이는 벌목이 숲을 황폐화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나무가 사라지면 동물도 멸종하고 결국 생물다양성이 실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우기를 맞아 빈발하는 홍수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선 “우기 때 숲이 우산과 스펀지 역할을 하는데, 지금 홍수가 자주 나는 지역은 대부분 숲이 황폐해진 곳”이라고 짚었다. 숲을 가꾸고 보호하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고, 그린벨트운동이 40여년 동안 5000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은 것도 사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다.

왕가리 마타이
왕가리 마타이
그린벨트운동은 1977년 나이로비 대학에서 수의학을 가르치던 왕가리 마타이의 주도로 시작됐다. 빈곤이 촉발한 산림의 황폐화와 산림 황폐화가 다시 빈곤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마타이는 나무 심기를 주창했다. 동시에 가난한 여성들에게 적정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아프리카 여성들이 차별과 불평등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마타이는 그린벨트운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케냐 여성단체협회(NCWK)에서 맹렬한 활동을 펼쳤다.

마타이는 숲이 황폐해져 피해를 받는 지역민 스스로 토종 나무의 모종을 키워 이를 산과 들에 직접 심게 했다. 지역민들이 나무를 심어 일정 정도 키우면 한 그루당 0.1달러를 보상금으로 주는 제도를 도입해 경제적 동기를 부여했다. 재원은 국제구호단체와 일반 기업 등의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마타이는 운동이 성공하려면 주민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린벨트운동은 지금도 지역마다 주민 20∼30명을 묶어 행동단위 그룹을 만들고 현장 활동가 한 명을 붙여 각종 교육활동을 벌인다. 이런 형태의 그룹이 현재 케냐 전국에 50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작은 규모의 풀뿌리 조직이다.

나무 심기와 이를 통한 여권의 향상을 내세운 그린벨트운동은 필연적으로 독재 권력과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마타이는 199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02년엔 압도적 지지를 받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마타이는 훗날 “직접 암살당하거나 ‘사고’의 표적이 되는 것처럼 정치적 폭력 또는 죽음의 공포가 여전하다. 특히 1990년대가 그랬다”며 자신이 현실 정치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마타이는 2004년 “지속가능한 개발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아프리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나이로비/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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