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만나 방추이다오(봉추도) 해변을 걷고 있는 모습을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7~8일 1박2일 동안 다롄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월 말에 이어 40여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두번째 만남에서 급속도로 회복된 친선 관계를 한껏 과시했다.
두 사람은 김 위원장의 중국 랴오닝성 다롄 방문 첫날인 지난 7일 정상회담과 연회를 열어 “조중(북-중) 두 나라의 혈연적 유대”를 재확인한 데 이어, 이튿날에 또 만나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두 사람은 8일 오전 지도자들의 휴양시설이 있는 방추이다오(봉추도)의 해변을 함께 산책하며 “흉금을 터놓고 따뜻한 담화를 하시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한 해변 산책 모습은 마치 4·27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를 수행원 없이 단둘이서 걷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김정은 동지와 시진핑 동지는 차 문화를 보여주는 기교를 감상하고 중요한 담화를 나누고, 국빈관 청도각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가장 진실하고 열렬한 우정과 존경, 흠모의 감정이 뜨겁게 넘쳐흐르는 속에 진행된 오찬은 두 당, 두 나라 최고 영도자들의 특별한 동지적 친분 관계를 더욱 깊어지게 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평양으로 돌아가는 다롄공항 환송행사에는 중국 쪽에서 왕후닝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쑹타오 공산단 대외연락부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귀국길에 오르면서 시 주석에게 감사서한을 보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양쪽이 관영매체를 통해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는 철저한 베일에 가려 있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이뤄진데다 중국 당국의 철저한 통제가 효과적으로 먹혀들었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랴오닝성 다롄은 지난 6일부터 주요 도로가 통제되면서 귀빈 방문에 대한 갖은 예측을 낳았다. 특히 방추이다오 일대와 공항에서 이곳을 잇는 도로는 주요 관제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선이었다. 다롄항에 머물던 중국의 두번째 항모 001A가 첫 시험운항에 나설 가능성 때문이었다. 7일 다롄공항에서 북한 항공기가 목격됐다는 전언이 나오면서 다롄으로 세계의 눈길이 모였다. 다롄은 북한을 오가는 정기 항공편이 없는 탓에 현지 공항의 실무자들에게도 북한 항공기의 등장은 낯선 소식이었다. 하지만 “북한 항공기를 봤다”는 이들도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지 민간 여객기인지 특정하지 못했다.
다롄 일대의 항공 통제는 8일 오전에도 이어졌지만, 방문한 인사가 누군지는 여전히 깜깜이였다.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각)가 넘어 일본 <엔에이치케이>(NHK)가 다롄공항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적힌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가 이륙하는 모습을 보도했을 때도, 실제 안에 김 위원장이 탑승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태였다. 항공기가 북한 공역으로 들어갔을 것으로 짐작되는 한두 시간이 지난 뒤에도 중국 관영매체들은 아무런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사실은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8일 저녁 7시 주요 뉴스인 ‘신원롄보’의 첫 소식으로 북-중 정상회담을 보도하고 나서야 공식 확인됐다. 이는 지난 3월 말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가 단둥~신의주 국경을 넘어간 뒤 <중국중앙텔레비전>의 보도를 통해 방중 사실이 확인된 것과 같은 패턴이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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