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중 접경도시인 중국의 랴오닝성 다롄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돼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이 사실로 공식 확인된다면, 3월25~28일 베이징 방문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40일 만의 중국 방문이 된다. 북-중 정상회담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단기간 내 두차례 방중인 셈이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는 8일 오후 3시20분께(현지시각)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중국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을 이륙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설에 관해 “그 문제는 상당한 무게를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통보를 받았느냐’는 물음에는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쪽에서 누가 중국에 갔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다롄에 갔을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렇게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 가능성을 높게 보는 근거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다롄 공항에 착륙한 사실 등을 정보 당국이 확인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용기 탑승자가 김 위원장인지까지 정부가 최종 확인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2호는 김 위원장을 빼고는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정도만 이용한 선례가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평창올림픽 계기 특사단으로 방남할 때, 최룡해 상무위원이 2014년 러시아 방문 때 전용기를 이용했다. 따라서 전용기 다롄 공항 착륙은 김 위원장 또는 김여정 부부장이나 정치국 상무위원급이 방문했다는 방증으로 간주된다. 정통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전했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최룡해·박봉주(내각 총리), 4명뿐이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전격적인 다롄 방문의 배경이 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롄항에서 시 주석 참관 아래 진행되리라 예상돼온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OO1A)의 시험운항 행사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니 북쪽도 (김 위원장이 방중해 시 주석과 회담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짚었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과 긴밀한 협력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북-중 우호협력 관계 강화를 통한 ‘뒷문 점검’과 ‘미-중 사이 균형외교’에 나선 게 아니냐는 풀이다.
8일 다롄 시내는 통제가 삼엄했다. 시내 도로가 통제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만이 쏟아졌다.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도로와 다롄의 하계다보스포럼센터와 음악분수 등이 있는 동강 일대도 통제 권역에 포함됐다. 지도자들의 휴양지이자 국빈관이 위치한 방추이다오(봉추도) 일대도 접근이 불가능했다. 공항에서도 일부 지역은 가림막이 설치됐고, 휴대전화 사용을 불허하는 곳도 있었다. 다만, 육해공을 모두 비워버리는 이런 방식의 ‘소개형’ 통제는 중국에서 시 주석의 방문 때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어서, 이를 김 위원장의 방중 정황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훈 성연철 길윤형 기자
nomad@hani.co.kr,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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