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다니우스 스웨덴 한림원 사무총장이 12일(현지시각) 기자들에게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과 관계가 깊은 프랑스 사진작가의 성폭력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스톡홀름/로이터 연합뉴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직 사무총장이 스스로 사퇴했다. 한림원 종신위원 18명 중 한명의 남편이자, 한림원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프랑스 사진작가가 가해자로 지목된 성폭력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논란이 확산된 데 따른 조처다.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56)은 12일(현지시각) 스톡홀름에서 세시간에 걸친 긴급 회담을 마친 뒤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다니우스는 기자들에게 “한림원은 내가 종신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길 바랐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는 이미 노벨상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고 그것은 매우 큰 문제”라며 “나는 결정했고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다만 종신위원 회의에서 자신의 사임을 놓고 표결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문학사가인 다니우스는 한림원 역사상 최초로 여성 사무총장이 되면서 주목받았으나, 한림원으로 번진 ‘#미투 캠페인’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 ‘미투 캠페인’에 동참한 여성 18명이 프랑스계 저명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에게 1996~2017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문화계에선 비슷한 일이 1980년대에도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아르노의 아내이자 시인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은 한림원 종신위원 18명 가운데 한명이다. 아르노와 프로스텐손은 한림원의 재정 지원을 받아 ‘더 포럼’으로 불리는 사설 문화센터를 운영하기도 했다. 여기에 아르노가 1996년 이래 7차례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로펌에 의뢰해 한림원과 ‘더 포럼’의 유착관계를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 로펌은 재정적 비위가 있었다고 결론내리고 경찰에 신고할 것을 권했으나, 한림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주 종신위원 3명이 사퇴하면서 한림원은 1786년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노벨재단도 11일 긴급 성명을 통해 한림원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노벨상의 명성이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다니우스 사무총장이 사퇴한 직후 프로스텐손도 결국 종신위원직에서 물러났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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