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남북 고위급 회담 소식을 보도한 미국 <시엔엔>(CNN) 방송 누리집 화면. 사진출처: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 당국자들과 외신은 2년여 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 일제히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공식적으로는 남북이 한반도 긴장 완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기대하면서도, 평창겨울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북한의 의도와 화해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분위기가 갈렸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8일(현지시각) 이번 회담을 “북한의 급속한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으로 몇달간 긴장이 고조된 이후 상징적인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보수 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데이나 쇼’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압박을 결집해온 직접적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을 “단지 올림픽에 관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는 올림픽을 고리로 급진전된 화해 분위기가 북핵과 관련한 근본적 긴장 완화로 이어질지를 두고는 반신반의하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시엔엔>(CNN)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그 이슈(비핵화)에 대해 북한의 특별한 언급이나 반응은 없었다’고 말했고, ‘북한은 그저 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수 성향 <폭스 뉴스>는 “평양은 평화로운 올림픽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제재 완화나 석유 혹은 식량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평양은 분명히 꿍꿍이가 있고, 유일한 의문은 그게 뭐냐는 것”이라고 했다.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소식을 보도한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누리집 화면. 사진출처: <엔에이치케이> 갈무리
일본은 한-미-일 대북 압박 공조가 느슨해질까 우려하는 태도를 보였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올림픽 참가는) 북한의 태도 변화이고, 환영하고 싶다” 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일본을 포함한 지역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다. 일본과 미국, 한국이 북한의 정책 변화를 압박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평창올림픽 참가로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로 기울어지면서 한-미-일 대북 압박 강화라는 틀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소식을 보도한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방송 화면. 사진출처: <중앙텔레비전> 갈무리
중국은 적극적으로 반겼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회담 개최를 기쁘게 생각하며, 중국은 조-한(남북) 관계 완화와 긍정적 조처를 환영·지지한다”며 “양쪽이 관계 개선과 화해 협력을 추진하고 반도 긴장 정세를 완화하는 데 있어 이번 회담이 좋은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과 <봉황텔레비전> 등도 실시간으로 회담 소식을 전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등에 북한이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낸 장면을 내보내며 이번에도 대규모 응원단 참가 가능성이 관심 사안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양시위 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은 관영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쪽의 진정한 속내는 올림픽이 아니라 관계 완화에 있다”고 짚었다. <환구시보>는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회담이 ‘평화의 꽃’을 피울지가 주목된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러시아 크렘린은 “이번 회담은 바로 우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정윤 기자, 베이징/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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