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를 방문해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신시내티/AP 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한테 ‘러시아 게이트’의 수사 중단을 요구받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코미 전 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를 하루 앞둔 이날 상원에 미리 제출한 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플린(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인들과 얘기한 것은 전혀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코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일련의 기밀 정보 누설의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얘기한 뒤 플린 문제로 다시 돌아와 “플린은 좋은 사람이다. 많은 일을 헤쳐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 수사 문제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아봤으면 좋겠다. 플린은 좋은 사람이다. 이 문제(수사)에서 손을 뗐으면 좋겠다”고 코미에게 말했다. 이에 대해 코미는 “플린은 좋은 사람”이라고만 답한 채 더는 반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백악관에서 코미 전 국장과 단둘이 만났을 때 플린에 대한 수사중단을 요구했으나 코미 전 국장이 이를 거절하고 대화 내용을 메모로 남겼다고 보도한 바 있다.
코미가 이날 보도와 같은 내용의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미 대선 과정에서 그의 측근들과 러시아의 유착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였던 플린에 대한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코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충성 서약’을 요구했다는 설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코미는 지난 1월 말 백악관에서 가진 첫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무려 네 차례나 ‘충성심’이란 단어를 쓰며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면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동안 나는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았고, 얼굴 표정도 바꾸지 않았다”고 전했다.
코미는 이어 “‘대통령은 항상 저한테 항상 정직함을 얻을 것’이라고 답했다”며 “그러자 대통령은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다, 정직한 충성심’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코미는 또한 ”지난 3월30일 통화에서 대통령은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유착 의혹 수사가 자신의 대통령직 수행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러시아와 아무 관계가 없고, 러시아의 매춘부들(hookers)과 관계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모스크바의 한 호텔방에서 러시아 매춘부와 함께 있었다는 내용을 담은 영국 정보요원의 메모를 정면 부인한 것이다. 이밖에 코미는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하자 “대통령은 ‘즉시 그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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