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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파리협정 탈퇴…국제질서 뒤흔드는 ‘위험한 미국’

등록 2017-06-02 21:38수정 2017-06-02 21:38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변곡점
자신이 구축한 국제체제 스스로 균열
미국의 국제사회 지도력과 영향력 쇠퇴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
미국의 환경 관련 첨단산업 주도권 상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발표한 1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 속에서 한 시민이 ‘트럼프 대통령, 뱀 기름이나 계속 먹으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발표한 1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 속에서 한 시민이 ‘트럼프 대통령, 뱀 기름이나 계속 먹으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전후 70년간 미국이 주도하던 국제질서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며 “나는 파리가 아니라 피츠버그 시민들을 대표하기 위해 선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공정한 협정을 만들 수 있을지 볼 것”이라며 재협상을 시사했다.

파리는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 195개국의 합의를, 반면 피츠버그는 미국의 쇠락하는 공업지대를 상징한다. 트럼프의 미국은 인류의 미래에 대처하려는 국제적 합의가 아니라 미국 내 일부의 이해를 대변하는 쪽에 선 것이다. 정작 피츠버그 시장도 트럼프의 결정을 비난하고 나서, 이번 조처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속 좁은 이해에 바탕을 뒀는지를 보여준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3국 정상들은 즉각 공동성명을 내고 파리협정은 되돌릴 수 없고 재협상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비난은 신랄했다. “미국과 미국인의 이익에 오점을 남겼고, 지구의 미래에도 큰 실수를 저질렀다. 재협상은 없다. (지구를 대체할) 행성B가 없기 때문에 (파리협정을 대신할) 플랜B도 없다.” 미국과 운명을 같이해온 동맹국들은 이제 이 문제를 놓고 더는 미국과 실랑이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은 현 국제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설계하고 주도해온 국제체제와 국제질서의 와해, 그리고 미국의 지도력 쇠퇴의 현실화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럼프의 모든 본능은 전후 국제체제를 떠받치는 모든 사고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고대와 현대를 통틀어 열강들이 구축한 질서들은 번성하고 사라졌으나 대개는 타살로 끝났지 (이번처럼) 자살로 끝나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미 미국의 세계 패권을 뒷받침해온 대서양 양안동맹의 유럽 쪽 동맹국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선언에 준하는 폭탄 발언이 나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와 만난 직후인 지난달 28일 “우리가 다른 나라들에 전적으로 기댈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유럽인들은 우리의 운명을 우리 손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는 미국이 주도한 파리협정을 스스로 파기함으로써 미국과 운명을 같이해온 동맹국들이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마크롱 등의 격렬한 반응이 그 증거다.

둘째, 중국의 영향력 확장이다. 미국이 국제질서를 뒤흔들면서 생긴 공간에 이미 중국이 자리를 잡고 있다. 2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유럽연합(EU)과 함께 파리협정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쪽은 친환경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저개발국들의 온실가스 저감을 지원하기 위해 1천억달러(약 112조원)를 조성하기로 했다. 미국이 빠진 자리에 중국과 유럽의 ‘녹색 동맹’이 형성된 셈이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에너지 전환 정책에 후진기어는 없다. 파리협정 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앞서 리 총리를 만난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세계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우리의 동반자 관계를 확대하는 책임을 직시하고, 법에 기초한 세계 질서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 중국 정상으로는 처음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연설을 했다. 트럼프는 오히려 이런 흐름을 비난하고 공격해 왔다. 이런 상황을 장쥔 중국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은 “원래의 선두 주자가 갑자기 뒤로 빠지며 중국을 선두로 밀어올렸다”고 표현했다.

셋째, 미국 자체의 경쟁력 약화다. 파리협정 탈퇴에 대해 미국을 대표하는 첨단기업들은 한목소리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해 왔다. 특히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계에서는 협정을 탈퇴하면 청정에너지 개발과 관련한 새 일자리와 성장동력 창출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세계 최고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파리협정 탈퇴에 대한 항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직에서 물러났다. 애플·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 대표적 첨단기업들은 파리협정 탈퇴 반대 서명을 담은 전면광고를 1일 <뉴욕 타임스>에 실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의 우파 세력인 네오콘 비평가인 데이비드 프럼조차 우울한 결론을 냈다. 그는 미국은 더 이상 동반자들이 존경하던 지도자가 아니라 “세계 문제에서 예측 불가하고 위험스런 세력이며, 과거의 친구들로 구성된 새로운 동맹에 의해 봉쇄되고 저지돼야 할 대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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