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야외 미사를 집전하면서, 어린이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교황은 무슬림이 다수이며 콥트 기독교도들이 공존하는 이집트에서 기독교도와 무슬림의 화해를 강조했다. 카이로/EPA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북 미사일 문제 등을 외교적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29일(현지시간) 이집트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북한 미사일 문제는 1년 넘게 계속돼 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지나치게 뜨거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교황은 이어 “우리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광범위한 전쟁은 인류의 선한 면모와 문화 등 모은 것을 파괴할 수 있다. 그것은 끔찍한 일이 될 것이며, 인류는 그것을 견뎌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황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과 제3국의 역할을 강조했고, 특히 노르웨이의 역할을 언급했다.
교황은 “나는 모든 지도자들이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는 수많은 협력자가 있으며 노르웨이처럼 중재자로 나서려는 나라도 있다”며 “노르웨이는 도움을 줄 준비가 항상 되어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1990년 초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협상을 주도해 오슬로 협정 체결을 이끌었다. 교황은 또 세월이 흐르면서 유엔의 영향력이 약화하기는 했지만, 분쟁 해결에서 “유엔이 지도력을 다시 발휘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30여분간 진행된 기내 회견에서는 프랑스 대선, 유럽 난민문제 등과 함께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한반도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교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는 “아직 공식적으로 요청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각국 정상의 접견 요청은 항상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말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할 때 로마에 들러 교황을 만날지를 두고 백악관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않고 있다.
교황은 또 유럽의 난민 수용시설이 '강제수용소'(Concentration Camp)라는 기존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교황은 '지난주 연설에서 강제수용소라는 말을 사용한 게 언어적인 실수였느냐'는 독일 기자의 질문에 몇몇 난민 수용소는 이동의 자유가 없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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