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자살하고, 딸 이방카는 대법관 자리 꿰차는 등
정책에 비판적 인사 내쫓고 싶어하는 트럼프 속내 비꼬아
마지막엔 ‘이제 겨우 임기의 6.8%가 지났다’고 덧붙여
<심슨 가족>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100일간’ 예고편 화면 갈무리
“취임 100일 동안 수많은 성과를 이뤄냈지. 골프 핸디도 낮췄고 트위터 팔로워도 늘어났네…”
미국의 최장수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이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100일간을 패러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론매체에 대한 적대적 태도와 그의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를 쫓아내고 싶은 그의 속내를 비꼰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폭스 TV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예고편 영상을 보면, 유령의 집 같은 분위기의 백악관에 대변인 숀 스파이서가 올가미에 목을 매달고 있는 화면으로 시작한다. 그의 가슴에는 ‘나 그만둔다(I quit)’라는 글귀가 쓰여있다. 그 모습을 본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나는 그의 후임을 맡을 수 없다”며 도망간다. 이어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백악관 수석 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이 서로 목을 조르며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배넌은 트럼프 정권의 핵심 실세로 꼽혀왔지만 쿠슈너와의 갈등설 속에 지난 6일 국가안보회의에서 전격 배제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편안한 옷차림으로 침대에 앉아 자신의 취임 100주년을 자축한다. 그는 스마트폰을 보며서 “취임 100일 동안 수많은 성과를 이뤄냈지. 골프 핸디도 낮췄고 트위터 팔로워도 늘어났네…”라고 말한다. 그의 곁에는 “큰 폭탄에 대한 작은 책”, “좋은 것 죽이기” 등의 책이 놓여 있다.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TV를 켠다. TV에는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법복을 입고 등장해, 르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자리를 빼앗는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인 긴즈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트럼프는 사기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이에 트럼프는 “긴즈버그는 정신이 나갔다”며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영상은 긴즈버그를 쫓아내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비꼰 것이다.
마지막엔 <심슨 가족>의 주인공인 아빠 호머와 엄마 마지가 등장한다. 이방카의 행동을 뉴스로 시청하던 엄마 마지는 입에 약을 털어 넣으며 두려움을 호소한다. 아빠 호머는 이런 마지를 위로하며 “미국 대통령에게 좀 더 시간을 주자. 그는 이제 겨우 70살일 뿐이야”라고 말한다. 이때 예고편의 내레이터는 달력을 보여주며 “이제 100일이 지났다. 집으로 가는 길의 6.8%가 진행된 것”이라고 덧붙인다.
<심슨 가족>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100일간’ 예고편 화면 갈무리
앞서 <심슨 가족>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16년 전인 2000년에 ‘미래로 간 바트(Bart to the future)’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한 바 있다. 심슨 시리즈의 크리에이터 맷 그로닝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그런 설정을 넣은 건 그가 대통령이 되기에 가장 어이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됐고, 이제 겨우 100일이 지났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