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비비시>(BBC) 방송 누리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사실이 톱 뉴스로 올라 있다. <비비시> 누리집 갈무리
외신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사실을 긴급 타전했다.
외신 중 중국 <신화통신>이 가장 먼저 속보를 띄웠고, 일본 <교도통신>과 <블룸버그 뉴스> <로이터 통신> 등이 31일 새벽 일제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영장 발부 소식을 전했다. 외신들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결국 탄핵에 이어 구속이라는 결말을 맞은 점에 주목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비극적인 가족사로 인해 “정치적 공주(political princess)”로 여겨졌던 박 전 대통령이 ‘극적인 전환점’을 맞았다고 표현했다. 이 신문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국정농단과 관련한 조사를 받는 동안 70제곱피트(6.56㎡)의 독방에서 지내며 한 끼에 1.3달러(약 1440원)짜리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한국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자 탄핵으로 파면된 첫 대통령인 박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였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박 전 대통령을 일관되게 ‘미즈 박(Ms. Park)’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아시아판 온라인 홈페이지 톱기사로 올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친구인 최순실에게 뇌물을 주도록 기업들을 압박하고 대신 정치적인 혜택을 준 혐의를 받고 있으며, 권좌에서 쫓겨난 지 3주 만에 감방에 갇히게 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박 전 대통령의 임기는 스캔들과 무능력으로 고통받았다”면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몇 시간 동안의 부재가 박 전 대통령의 임기를 정의하는 순간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 언론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서 정권 교체를 기대하는 야권에 유리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을 담아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31일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5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진영에는 순풍이 불 것”이라며 “보수에서 혁신으로 정권교체가 현실감을 띄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박 전 대통령 쪽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한국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이 기소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도 기소를 피할 수 없는 정세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박 전 대통령 구속은 혁신계 야당 진영에는 순풍이 될 것”이라며 “보수진영은 곤경에 빠졌다”고 짚었다. <엔에치케이>(NHK) 방송은 박 전 대통령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로 구속되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최순실 사태 이후 계속된 촛불시위 때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보도를 계속 해왔다. 정권 교체 뒤에도 한·일 위안부 합의가 계속될 수 있을지가 일본의 주요한 관심사다.
중국 매체들도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 소식을 주요뉴스로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 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해 그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며, 그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고 전했다.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은 오전 뉴스프로그램에서 첫 소식으로 다루면서, 서울 주재 기자를 연결해 박 전 대통령에 적용된 혐의를 상세히 전달했다.
<중국신문망>은 ‘선거의 여왕에서 수감자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997년 정계 입문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회고하면서 “대통령 직무를 파면당한 데 이어 인신의 자유도 박탈당해 19년 정치생애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다른 기사에서 구치소의 환경상 박 전 대통령이 더 이상 특유의 올림머리를 할 수 없으며 화장품 반입도 제한돼있다고 보도했다.
<봉황망>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 등 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최순실씨의 재단에 거액을 출연하게 했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개입 혐의를 받는 동시에, “민의를 돌보지 않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국 배치를 추진했다고 전했다. 중국 매체들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검찰조사 및 재판 등 소식을 다루면서, 사드 문제를 함께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워싱턴 베이징 도쿄/이용인 김외현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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