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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김정남, 중국식 개혁·개방 추진하다 후계구도 밀려나”

등록 2017-02-21 14:17수정 2017-02-21 15:58

홍콩 <아주주간> , 북 고위소식통 인용보도
1990년대 김정일에 개혁·개방 직접 건의
자본주의 집회에서 “기업 세우자” 연설도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피살된 김정남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이유에 대한 관측이 새삼 제기되고 있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은 최근호에서 북한의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아버지에게 중국식 개혁·개방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싶다고 했다가 ‘축출’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와 스위스 제네바 등 외국 유학 생활을 마친 김정남이 1990년대 북한에 돌아와 전국 시찰로 경제의 ‘고질병’을 파악한 뒤 김 위원장에게 개혁·개방을 강력하게 건의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는 김정남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후계자 가능성에서도 점점 멀어졌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김정남은 당시 북한 사회에서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던 자본주의 논의에 적극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 1996년에는 심지어 관련 집회에 참석해 중국식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했다고도 한다. 북한 대남기구인 노동당 통일전선부 출신으로 알려진 탈북시인 장진성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장씨가 1996년 8월 해당 집회에서 보았다고 한 ‘기골이 장대한 한 젊은 남성’의 연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버지는 나에게 국가 경제를 약간 재조정해보라고 하셨다. 나는 경제를 다시 일으키려면, 중국식 개혁·개방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먼저 기업을 세우고, 그런 다음 다시 그 자회사를 세우도록 하자. 이렇게 발전시켜나가면, 자본주의가 되지 않겠는가?” 그 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김정남은 실제로 평양 중심 대동강 구역에 ‘광명성총공사’라는 이름의 명패를 내걸어 기업을 만들었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 같은 김정남의 언행을 보며 ‘위험한 사상’이라고 여겼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경제 관련 업무에서 거리를 두도록 했다. 정치 업무를 맡기는 한편 아들의 주변 인물들을 체포해 관련 활동을 금지시켰다. 김정남이 ‘안전보위부 부부장’ 등 정치적 자리를 거치게 된 배경이기도 하지만, 그 뒤 김정남은 아버지의 ‘융통성 없음’을 절감하고 의기소침해지면서 결국 국외를 떠돌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같은 관측은 김정남이 2001년 일본 불법입국 사건으로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의 분노를 사면서 후계 지위를 놓쳤다는 기존의 가설과는 다르다. 이 잡지는 이밖에도 이 무렵 김정일 위원장은 김정남의 친모 성혜림이 아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에게 마음이 이미 한참 기울어있었고, 이런 상황도 ‘김정남 후계구도 축출’의 한 배경이었다고 전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뒤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 김정남 암살을 시도했으나, 김정남은 중국의 비호로 목숨을 부지해왔다고도 보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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