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촛불 집회를 보도한 <뉴욕 타임스> 누리집. <뉴욕 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외신들은 12일 광화문 촛불집회가 한국에서 수십년만에 일어난 대규모 시위였다며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비공식 조언자와 얽힌 스캔들로 통치 기능이 마비된 박근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며 “시위 규모가 수십년만의 최대규모였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비선 실세 의혹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씨가 1970년대 박 대통령의 멘토였던 광신적 종교 지도자(cult leader)의 딸”이라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12일 집회에서 시민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뿐 아니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임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시위를 보도했다. <로이터>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에 대해서 사과했으나 “박 대통령의 사임은 정부 내 아무런 직함도 없는 비밀스런 친구에 대한 의혹과 국민적 분노에 불을 지폈을 뿐이다”라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부산이나 울산 등 지방에서도 국민들이 차를 대절해서 타고 올 만큼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패 스캔들이 한국에서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번 일은 나라가 ‘그림자 대통령’에 통치되면서 민주주의가 회피된 것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크게 분노했다”고 짚었다.
12일 촛불 집회를 보도한 <비비시> 누리집. <비비시> 누리집 갈무리
<비비시>(BBC)는 12일 “시위는 평화로웠지만 지난주보다 더 구호를 자주 외쳤다”고 전했다. <비비시>는 “시위대의 초점은 청와대였고 주요 행진 장소도 청와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었다면 소음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서울로 향하는 기차표가 전부 동나고 10만명이 상경 투쟁을 하면서 전세 버스가 바닥 났을 정도”라며 시위가 대규모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민망>은 “2000년 이래 한국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민중집회”라고 전했다. <중앙텔레비전>(CCTV)은 광화문광장 자체 취재를 통해 “보람을 느낀다. 40년만에 처음으로 (집회에) 나왔다”는 71살 남성의 인터뷰를 전하기도 했다. <중국신문망>은 “시민단체 외에도 참가자들 중에는 수많은 학생들과, 연로한 시민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이 있었다”고 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언론들은, 이런 국정 마비 국면에서도 한-일 정부 사이에 진행되는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움직임을 상세히 전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이번 세기 들어 최대 규모 시위가 일어나, 박 대통령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박 대통령 지지율 추락 그래픽을 곁들여 “최근 20대의 박 대통령 지지율은 0%”라고도 전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박씨는 정권 운영 길이 막혀있는 중에도 대통령을 계속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이번 시위에 대해 공식 코멘트는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규모 시위 때문에 새로운 타개책을 검토하겠지만 남은 카드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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