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1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 개최한 12·28 한일합의 강행 규탄 및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기자회견 도중 내린 비로 소녀상의 눈가에 빗물이 고여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는 3일(현지시각)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지난해 한-일 정부 간 ‘12·28 합의’와 관련해 “한-일 간 양자적 문제로 종식된 것이지, 국제적 문제로서 위안부 문제가 종식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대사는 이날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해자 입장이 빠진 잘못된 협상”이라며 지난해 합의를 비판하자 이렇게 밝혔다. 오 대사는 “한-일 간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의지로 (12·28 합의를) 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한-일 양자 간 외교 현안으로서의 위안부 문제가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러나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관련) 논의가 계속되는 데 대해 직접적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며 “국제 문제, 다자적 문제로서 위안부 문제,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는 12월 합의로 종식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 대사의 발언은 다소 원론적 발언으로, 국제 다자 외교무대에선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계속 공론화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이 ‘합의 위반’으로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실제 ‘12·28 합의’에는 한·일 양국이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 비판을 자제하기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도 지난 3월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오 대사의 발언은 의원들의 비판에 대한 방어적 해명이거나, 국제 다자무대에서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의 문제제기는 가능하다는 정도의 설명으로 보인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첫째 한·일 양자 간 외교 현안, 둘째 보편적 인권 문제로서 글로벌 이슈, 셋째 기억돼야 할 역사의 교훈으로서 역사성, 넷째 피해자 개인의 존엄과 명예회복이라는 복합적 성격을 지닌 문제”라며 “12·28 합의로 타결된 것은 이런 여러 측면 중에서 한·일 양자 간 외교 현안으로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이며, (오준) 유엔 대사의 언급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합의가 성실히 이행된다는 전제 아래 한·일 양국 정부 간 외교 현안으로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다시 정부 차원에서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며, 전시 성폭력 등 보편적 가치로서 여성인권, 인권보호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 참여 등 다른 측면에서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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