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각각 21일(현지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언급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과 ‘공동 압박’의 선명한 태도 차이를 보였다.
리 총리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 원칙인 ‘3대 견지’(비핵화, 평화·안정, 대화·협상을 통한 해결)를 재확인하면서, “국제 비확산 체제를 유효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리 총리 연설의 주제가 한반도나 국제안보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이었던 만큼, 북핵 문제에 할애된 시간은 전체 연설 시간 19분 가운데 20초 가량으로 길지 않았다. 리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빈곤과 기아, 테러 등 국제사회의 여러 문제는 발전이 없고 낙후된 상태에서 발생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적 발전을 지속적으로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와 안정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갖는 의미가 크다라고 강조하는 한편, 시리아와 북핵, 그리고 영토 및 해양주권 등 문제를 관련국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이에 반해 아베 총리는 연설 시작부터 북핵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북한의 최근 핵·미사일 실험을 열거하면서 “유엔의 존재의의를 묻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일본이 유엔에 가입한 지 60년이 됐다면서, “본래는 오늘 60년 발자취를 돌아보며 세계 평화와 번영을 도모한 우리나라의 과거를 조용히 성찰하려 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이 새로운 레벨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힘을 결집시켜 북한의 계획을 꺾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며, 안전보장이사회 순번제 이사국으로서 북핵 관련 안보리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리 총리와 아베 총리는 유엔본부 내에서 몇분간 만나 선 채 대화를 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안보리에서 중국과 긴밀히 제휴하고 싶다”고 말했으며, 리 총리는 북한을 적시하지 않은 채 “동북아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과 협력해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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