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과 만난, 뒤이어 산책까지 함께 해
오바마 임기 동안 마지막 될 가능성
사드, 남중국해 문제 등에선 첨예한 갈등
오바마 임기 동안 마지막 될 가능성
사드, 남중국해 문제 등에선 첨예한 갈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5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환대 속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주요 20국(G20) 회의 개막 하루 전인 3일 오바마 대통령을 맞이하는 시 주석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좀처럼 웃는 얼굴을 보기 힘든 시 주석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신의 참모들을 한명씩 소개하면서 줄곧 파안대소였다.
회담과 만찬, 뒤이어 두 사람 만의 산책 등 4시간 넘도록 이어진 정상회담 일정도 ‘석별’의 정이 묻어났다. 시 주석은 산책 도중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금도 매일 운동을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합니다. 보통 달리기와 근력운동을 합니다. 예전엔 농구를 했지만, 부상은 많아지고 실력은 줄어들더군요”라고 답했다. 이는 2013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열렸던 두 사람의 첫 정상회담 때 두 사람이 ‘노타이 노재킷’ 차림으로 산책을 하며 나눈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은 있는지를 묻자, 시 주석은 수영과 산책을 한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사드의 한국 배치, 남중국해 그리고 인권 등 주요 현안에서 양쪽의 견해는 평행선을 달리며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시 주석은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에서 ‘형세 환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입장에선 처음 등장한 표현으로,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3년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조처와 관련해 ‘형세 환원을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을 압박한 바 있다. 이번엔 압박 대상이 한국과 미국으로 바뀐 셈이다.
이에 맞서 오바마 대통령이 ‘동맹국에 대한 약속’을 강조한 것은, 중국의 반발에 아랑곳 않겠다는 뜻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등 동맹국에 사드를 포함한 이른바 ‘안보 지원’을 계속할 것임을 명확히 한 셈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백악관은 “양국 지도자들이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추구가 제기하는 위협을 재확인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270호의 철저한 이행을 포함해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대립도 선명했다. 시 주석은 영토주권 및 해양권익의 수호, 직접 당사자들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원칙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건설적 역할’을 주문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미국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한 셈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월 남중국해 판결을 거론하며 중국의 국제법 준수를 강조했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권리를 사실상 모두 무시한 판결을 따라야 한다고 압박한 셈이다. 백악관 자료는 “두 정상이 최근 중재 판결에 대해 솔직한 의견 교환을 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하면서, 중국에서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인권 사업이 거둔 성취는 눈이 있다면 모두 볼 수 있다. 중국은 평화와 상호존중의 기초에서 다른 나라들과 인권 문제에서 대화와 교류를 하고 싶지만, 어떤 국가든 인권 문제를 이용해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항저우 워싱턴/김외현 이용인 특파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